2차 대전이 발발했다... 그래도 사랑은 있다

입력
2021.03.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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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월드 온 파이어'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넷플릭스와 왓챠로 나눠 1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해리(왼쪽)와 루이는 마음이 통하는 연인 같은 친구다. 계급이 달라도 사회주의 운동을 함께 한다.

해리(왼쪽)와 루이는 마음이 통하는 연인 같은 친구다. 계급이 달라도 사회주의 운동을 함께 한다.


드라마 '월드 온 파이어'.

드라마 '월드 온 파이어'.


전쟁은 삶을 뒤흔들어 놓는다. 사람들은 전쟁이란 참담한 현실을 각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누군가는 총칼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무릎 꿇고, 누군가는 사랑과 인간성을 위해 분연히 일어선다. 2차 세계대전을 관통해야 했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월드 온 파이어’는 전쟁 영웅의 활약상이나, 전범의 악행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평범한 시민들이 전쟁으로 뒤틀린 운명에 비범하게 맞서는 과정을 세묘한다.


①세계대전 한복판에서 사랑을 외치다

주요 인물은 여럿이다. 여러 인물군상을 붓 삼아 전쟁으로 얼룩진 20세기 전반 시대상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영국 남녀 해리(조나 하우어-킹)와 루이(줄리아 브라운), 폴란드 여인 카시아(조피아 비츨라츠)가 중심축 역할을 한다. 해리와 루이는 사랑과 우정 사이에 놓인 관계다. 사회주의 운동을 하며 데이트를 즐기지만 각자의 마음을 고백한 적은 없다. 해리는 폴란드 바르샤바 주재 영국대사관 일을 위해 런던을 떠나고, 그곳에서 카페 종업원 카시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해리는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바르샤바를 떠나 런던에 돌아와 루이와 재회한다. 전쟁이 빚어낸 이별과 오해가 세 남녀의 마음을 찢는다.

드라마는 해리와 루이, 카시아의 삶을 중심으로 주변 사람들이 전쟁을 겪어내는 모습을 함께 펼쳐낸다. 가슴 아린 사랑과 가족애에 참혹한 전장의 모습이 포개진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폴란드를 오가며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전쟁은 삶은 통째로 바꾼다. 폴란드 여인 카시아는 연인 해리를 영국으로 보내고 레지스탕스 활동에 들어간다.

전쟁은 삶은 통째로 바꾼다. 폴란드 여인 카시아는 연인 해리를 영국으로 보내고 레지스탕스 활동에 들어간다.



②계급, 성소수자, 난민… 울림 큰 이슈들

멜로를 주요 정서로 삼은 이 드라마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여러 이슈를 짚는다. 우선 계급 문제. 해리는 상류층이고, 루이는 노동자 계층이다. 두 사람의 만남을 집안이 반대하는 이유다. 해리와 루이가 서로의 사랑을 자신하지 못했던 것도 계급이란 장벽 때문이다. 계급은 두 사람의 갈등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사랑을 그리고 인종차별을 다루기도 한다. 프랑스 파리 병원에서 일하는 미국인 의사 웹스터(브라이언 스미스)와 재즈 색소폰 연주자 앨버트(파커 소이어스)의 사랑을 통해서다. 나치는 동성애를 혐오했다. 나치가 파리를 점령하자 웹스터와 앨버트는 공포에 영혼이 잠식된다. 더군다나 앨버트는 흑인이다. 인종주의를 앞세웠던 나치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웹스터는 위험한 사랑을 이어가기 위해 애를 쓰나 현실은 간단치 않다.

난민 문제를 건드리기도 한다. 해리는 카시아의 동생을 데리고 바르샤바를 빠져 나온다. 동생은 영국에서 학교를 다니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하나 주위의 시선은 차갑다. 독일과 인접한 나라 폴란드에서 왔다는 오해가 작용해서다.

전쟁 드라마답게 반전 메시지를 강하게 담고 있기도 하다. 전쟁 영웅들의 성취보다는 전쟁으로 몸과 영혼이 파괴된 사람들의 사연에 집중한다. 1차 세계대전을 치르고도 교훈을 얻지 못한 인류에 대한 통박이 이야기 밑에 깔려있다.

해리는 여인의 마음을 짓밟고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보병 장교로 전쟁에 뛰어든다.

해리는 여인의 마음을 짓밟고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보병 장교로 전쟁에 뛰어든다.


반전주의자이자 사회주의 운동가인 더글러스. 숀 빈이 연기했다.

반전주의자이자 사회주의 운동가인 더글러스. 숀 빈이 연기했다.


③명품 배우의 명품 연기

드라마 초반부터 등장하는 세 배우에 눈이 번쩍 뜨인다. 루이의 아버지 더글러스는 숀 빈이 맡았다.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리즈로 명성 높은 배우다. 해리의 어머니 로비나는 레슬리 맨빌이 연기했다. 영국에서 이름 높은 명배우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전장을 취재하는 미국 언론인 낸시는 헬렌 헌트가 맡았다. 1998년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안은 배우다.

세 배우는 출연만으로도 화면이 꽉 차는 느낌을 준다. 드라마 속 스포트라이트는 젊은 배우들에게 넘겨줬지만 동작 하나, 대사 하나만으로도 눈과 귀를 모은다. 세 배우만으로도 ‘월드 온 파이어’는 볼 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사회주의 노동자 더글러스와 상류층 귀부인 로비나가 자녀의 사랑을 두고 갈등하다가 마음을 트는 모습은 긴장과 더불어 잔잔한 감동을 준다.

※권장지수: ★★★☆(★ 5개 만점, ☆은 반개)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 전쟁의 스펙터클이 펼쳐진다. 유명한 덩케르크 철수 장면까지 꽤 규모 있게 다뤘다. 전쟁으로 인연이 흩어지고 새로운 연이 맺어지는 과정을 통해 전쟁의 잔인함을 그려낸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2019년 첫 방영됐고, 시즌2 제작을 준비 중이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지수 84%, 관객 지수 52%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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