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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서 '황태자'로 부활했지만... '미운털' 박혀 떠난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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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4년 전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돼 첫 출근을 했던 2017년 5월 22일 오전 8시49분, 서울중앙지검 청사 정문 앞에선 이례적 풍경이 연출됐다. 사법연수원 23기인 윤 총장의 선배인 노승권(21기) 1차장검사, 이동열(22기) 3차장검사, 그리고 동기생 이정회 2차장검사가 신임 수장을 깍듯이 영접했다. 연수원 기수에 따른 서열 등 위계질서가 강한 검찰 조직에선 보기 드문, 문재인 정부 들어 파격적으로 발탁된 윤 총장의 위상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다.
문 대통령이 당시 ‘차장검사급’에 불과했던 윤 총장을 검사장 승진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한 건 유례 없는 파격 인사였다. 정권 교체 후 추진된 검찰개혁 일환으로 당초 고검장 자리였던 서울중앙지검장 자리가 검사장 자리로 낮춰지긴 했지만, 초임 검사장이 전국 최대검찰청 수장으로 직행한 건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말까지만 해도 언제 옷을 벗을지가 언론의 관심사일 정도로 '검사 인생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이던 2013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검찰 수뇌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고 징계를 받아 좌천됐다. 국정감사 당시 외쳤던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지금까지도 ‘뼛속까지 검찰주의자’인 윤 총장 기질을 가장 잘 드러낸 표현으로 회자되고 있다.
고검 검사 등 한직으로 밀려났던 윤 총장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건 박영수 특별검사 때문이다. 박 특검은 국정농단 특검팀을 꾸리면서 대전고검 검사였던 윤 총장 파견을 요청해 수사팀장을 맡겼고, 이는 윤 총장이 화려하게 재기하는 발판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른 윤 총장의 ‘칼’은 거칠 것이 없었다. 현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맞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줄줄이 포토라인에 세웠다. 이후 윤 총장 칼날 위에 놓이게 되는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이 잘하는 특수수사에 한해 직접 수사를 인정하자”고 말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윤 총장의 기세는 이어졌다. 2년간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그는 2019년 7월 연수원 다섯 기수 선배인 문무일 총장의 후임으로 기용됐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윤 총장을 보좌했던 이두봉ㆍ박찬호ㆍ한동훈 등 차장검사 3명이 대거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대검 참모로 배치될 정도로 기세등등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때부터 검찰총장보다 인사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컸다”면서 “당시엔 정권 신임을 받고 있어서 윤 총장 마음대로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총장의 측근 챙기기 인사는 많은 검사들이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지방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일 때는 상관 없었지만, 검찰 조직 전체를 살펴야 하는 검찰총장 인사로는 과도한 ‘자기 사람 챙기기’라는 비판이 많았다”면서 “당시 인사 때문에 지금도 윤 총장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꽤 있다”고 지적했다.
거침 없던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 청와대와 여권으로부터 밉보이기 시작한 건 2019년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때부터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는 현 정권이 윤 총장을 제거 대상으로 삼게 만든 결정적 계기였다.
조국 전 장관 후임으로 취임한 추미애 장관은 지난해 내내 윤 총장을 공격하며,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청구까지 밀어붙였다. 추 장관의 '윤석열 제거 시도'가 번번이 법원 판단에 가로막히자, 여권은 검찰 수사권 박탈을 목표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추진했다. 문 대통령은 4일 윤 총장이 사의 표명 기자회견을 한 지 1시간 만에 사의를 수용했고, 윤 총장은 27년간 몸담았던 검찰을 떠났다. 문 대통령이나 윤 총장에겐 모두 기가 막힌 인연으로 기억될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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