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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청구에도 버티던 윤석열, 전격 사의... 청와대는 1시간만에 수용

입력
2021.03.04 20:00
수정
2021.03.04 23:1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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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수 민정수석 사표도 이날 수리... 후임에 김진국?
"尹·申 동반 퇴임시켜 검찰개혁 걸림돌 제거" 평가
尹은 사실상 정계 진출 선언... 차기 대선에 영향 전망

윤석열(가운데)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사의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윤석열(가운데)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사의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결국 총장직을 내던졌다. 여권이 검찰개혁의 마침표로 추진 중인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움직임을 저지하겠다면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로써 정권 출범 초반 때만 해도 화기애애했으나, 2019년 8-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계기로 대립 관계에 들어선 현 정부와 윤 총장의 ‘불편한 동거’도 끝이 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했던 윤 총장의 사의를 즉각 수용했다. 이에 앞서 ‘검찰과의 갈등 중재’ 역할을 부여받으며 영입됐다가 한계를 느끼고 사의를 표했던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도 이날 함께 수리됐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과 신 수석의 ‘동반 퇴진’을 재가한 건 표면적으로는 검찰 안팎을 둘러싼 각종 불협화음을 조기에 진화하고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현재 ‘속도 조절’에 들어가긴 했지만,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기 위한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입법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청구에도 버티던 윤 총장이 ‘총장직 사퇴’라는 최후의 카드를 쓴 데다, 사실상 정계 진출 선언으로 해석될 법한 발언까지 한 만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돼 왔던 윤 총장의 사퇴로 인해 내년 차기 대선 구도마저 출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의 표명 전문. 그래픽=송정근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사의 표명 전문. 그래픽=송정근 기자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 앞에서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고 한다”며 “검찰에서의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밝혔다. 2019년 7월 총장에 취임한지 20개월 만이자, 오는 7월 24일까지인 임기를 4개월여(142일) 앞둔 상태에서 이뤄진 사의 표명이다.

윤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지금 파괴되고 있다”면서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의 중수청 신설 추진이 부당하다고 거듭 비판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호소하는 여론전을 이어간 것이다.

윤 총장은 이후 검찰 구성원들에게 남긴 고별사에서도 재차 ‘중수청 설치’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검찰 내부망에 오른 ‘검찰가족께 드리는 글’에서 그는 “작년에 부당한 지휘권 발동과 징계 사태 속에서도 직을 지켰다.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라고 한 뒤, “그토록 어렵게 지켜왔던 검찰총장의 직에서 물러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권한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의와 상식,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4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윤석열 검찰총장 사의 수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4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윤석열 검찰총장 사의 수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윤 총장의 이날 사의 표명은 여권이 중수청법 제정에 드라이브를 걸면서부터 사실상 시간 문제나 다름없는 사안이 됐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한 지방검창철 차장검사는 “중수청 추진은 검찰총장으로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외통수”라며 “검찰 문을 닫겠다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장급인 한 간부도 “현직 총장이 이례적으로 정부와 여권 방침에 정면 반발하는 언론 인터뷰를 할 때 이미 사퇴 결심이 섰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윤 총장의 정치권 진출도 시점이 문제일 뿐, 기정사실로 봐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제가 지금까지 해 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는 문구가 담긴 이날 사의 표명 입장문 자체가 이미 그 의사를 선명히 드러낸 ‘정계 진출 선언문’이라는 것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보수 진영에서 주로 쓰는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쓰고, ‘어떤 위치’라고 한 점 등에 비춰 결국 ‘정치인’으로의 변신, 특히 대선 출마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윤 총장의 사표는 곧바로 수리됐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2시쯤 윤 총장이 사직서를 접수했다면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안타까운 마음’이라는 소회를 밝혔고, 관련 절차에 따라 대통령께 보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청와대도 1시간 후쯤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뒤이어 45분 후에는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 수리 사실도 공개됐다. 청와대는 신 수석의 후임으로 김진국 현 감사원 감사위원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신 수석은 지난달 검찰 간부 인사를 두고 박범계 장관 및 청와대 정무라인 등과 갈등을 빚으며 수차례 사의를 표명했으나 문 대통령은 이를 반려해 왔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과 신 수석을 동시에 물러나게 한 건, 여당이 추진 중인 사실상의 ‘검찰 해체’ 시도에 청와대가 뜻을 같이 한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앞으로도 검찰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잦아들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아람 기자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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