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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남긴 윤석열의 작별인사 "국민만 생각하라"

입력
2021.03.04 17:02
수정
2021.03.0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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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하고 위급한 상황... 본연 업무 최선" 당부
검찰 수사권 박탈 시도 재차 비판... "졸속 입법"
"검찰 권한 아니라, 법치주의 지키려 물러난다"

윤석열(앞줄 왼쪽 두 번째)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윤석열(앞줄 왼쪽 두 번째)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사의를 밝힌 뒤 ‘검찰 가족께 드리는 글’을 통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시도는 사법 선진국에선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며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 시도를 다시 한번 비판했다. 윤 총장은 검찰 구성원들을 향해 “동요하지 말고 항상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검찰 내부에 배포한 A4 용지 8쪽 분량(표지 포함)의 글에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검찰의 직접수사 영역이 부패범죄 등 6대 중대범죄로 한정된 지 이제 두 달이 지났다”면서 운을 뗐다. 그는 “그런 와중에, 최근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해 검찰을 해체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돼 더 혼란스럽고 업무 의욕도 많이 떨어졌으리라 생각된다”며 “총장으로서 안타깝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퇴 결심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윤 총장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저의 마지막 책무를 이행하려 한다”며 “오늘 검찰총장의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분과 함께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을 목표로 최선을 다했으나, 더 이상 검찰이 파괴되고 반부패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은 지켜만 볼 순 없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은 특히 검찰의 수사권 폐지 및 중수청 설치에 대해 재차 “검찰개혁이 아니라,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심각히 훼손하는 것”이라고 재차 비판했다. 그는 “형사사법제도는 국민들 생활과 직접 관련돼 있기 때문에 한번 잘못 설계되면 국민 전체가 고통 받게 된다”며 “수사와 재판 실무를 제대로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졸속 입법이 나라를 얼마나 혼란에 빠뜨리는지 모를 것”이라고 했다. 중수청 설립 추진을 주도하는 여권 강경파를 겨냥해 강도 높은 비판을 남긴 것이다.

수사와 기소의 ‘융합’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윤 총장은 “정치ㆍ경제ㆍ사회 각 분야에서 힘을 가진 사람이 저지른 중대범죄에 대해선 검찰이 직접 수사해서 소추 여부를 결정하고, 최종심 공소유지까지 담당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동체 근간을 흔드는 권력형 비리나 대규모 금융ㆍ경제 범죄에 대해 사법적 판결을 통해 법 집행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윤 총장은 또 “나날이 지능화, 조직화, 대형화돼가는 중대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ㆍ기소를 하나로 융합해 나가는 게 세계적 추세”라며 “주요 사법 선진국에서도 중대사건에 대해 모두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와 기소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여권 주장을 정면 반박한 셈이다.

윤 총장은 “검찰이 수사와 재판을 통해 쌓아온 역량과 경험은 검찰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자산”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검찰 수사권이 완전히 박탈되고 검찰이 해체되면, 특권층의 치외법권 영역이 발생해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며 “검찰의 형사법 집행 기능은 국민 전체를 위해 공평하게 작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벌어진 징계 사태에 대한 소회도 남겼다. 윤 총장은 “작년에 부당한 지휘권 발동과 징계 사태 속에서도 저는 직을 지켰다”며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그토록 어렵게 지켜왔다’는 표현도 썼다. 윤 총장은 이날 사퇴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검찰 권한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의와 상식,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마지막으로 현 상황을 ‘엄중하고 위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한 뒤, 검찰을 향해 “국민들을 생각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제가 지금껏 총장직을 수행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여러분 덕이었고,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그동안 주신 과분한 사랑에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린다. 평생 잊지 않겠다”고 글을 맺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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