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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꺾은 오세훈, 안철수와 '중도 vs 중도' 경쟁 본격화

입력
2021.03.04 22:00
수정
2021.03.05 09:4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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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 선출된 오세훈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경선 발표회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 선출된 오세훈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경선 발표회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오세훈(60) 전 서울시장이 4일 선출됐다. 예비 경선과 토론회 등에서 우세했던 나경원 전 의원을 꺾고, 세 번째 서울시장 도전의 1차 관문을 넘었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2차 관문을 넘어 본선까지, 오 후보의 10년 만의 서울시장 복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오 후보가 뽑히면서, 역시 중도를 표방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도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세훈, 여론조사 압도적 승리 '이변'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부산시장 후보 경선 결과 발표회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후보(왼쪽),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오른쪽)가 손을 맞잡고 있다. 오대근 기자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부산시장 후보 경선 결과 발표회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후보(왼쪽),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오른쪽)가 손을 맞잡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 결과, 오 후보는 41.64%의 득표율을 기록해, 36.31%에 그친 나 전 의원을 제쳤다. 이는 당심이 반영 안 된 100% 시민여론조사를 통한 결과다. 경선 기간 내내 당심에서 앞섰던 나 전 의원이 우세를 보였으나,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오 후보가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다. 오 후보는 결과 발표 직후 "10년 동안 많이 죄송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오 후보의 '깜짝 승리' 이유는 크게 3가지로 꼽힌다. ①'중도 표심'을 사로잡은 결과다. 오 후보는 경선 내내 "따뜻한 보수, 개혁적 보수로서 분열과 정쟁보다 시민의 삶을 보듬는 실용적 중도우파의 가치를 지켜왔다"며 '중도 확장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안 대표와 야권 후보 단일화 및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맞붙는 본선에서 국민의힘 다른 후보보다 경쟁력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당원이 아닌 일반시민 입장에서 국민의힘 후보의 본선 승리를 고려할 때, 이런 오 후보의 주장은 충분히 호소력 있게 들렸다는 평가다.

②'야권이 이기는 선거'를 기대한 민심이 힘을 실었다. 오 후보는 경선 내내 안 대표와 '아름다운 단일화' 성사를 강조해 왔다. '조건부 출마'를 먼저 안 대표에게 제안할 만큼 야권 승리를 위한 분열을 지양하자고 말했고, 이날도 "단일화를 꼭 이루겠다"는 각오를 거듭 밝혔다. 당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은 과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하면서 여당과 각을 세우는 등 전투적인 이미지가 있지만, 오 후보는 온화한 이미지와 대중적인 호소 능력이 강점"이라며 "정권 심판을 바라는 시민들이 야권 단일화를 잘 이뤄낼 인물에 표를 준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③유일한 서울시장 경험자였다. 이번에 선출된 임기 1년의 서울시장은,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문 사태로 혼란스러운 시정을 추스리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오 후보는 2006년과 2010년 두 번에 걸쳐 서울시장을 역임한 유일한 경험자다. 여야 후보 누구도 없는 강점이다. 오 후보가 2011년 무상급식 투표와 연계해 시장직을 던진 '원죄'가 있지만, 경선 기간 내내 과거 시정 경험을 통해 내세운 정책 전문성 등이 다른 후보와 비교해 우위에 있었다.


보수에 구애하는 안철수, 중도 확장 꾀하는 오세훈

오세훈(왼쪽) 국민의힘서울시장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4.7 보궐선거 서울·부산시장 후보 경선 결과 발표회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왼쪽) 국민의힘서울시장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4.7 보궐선거 서울·부산시장 후보 경선 결과 발표회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 후보의 승리로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 구도도 흥미로워졌다. 중도에서 우클릭을 시도하는 안 대표와 보수를 기반으로 중도로 확장을 꾀하는 오 후보 간 단일화 경쟁이라는 점에서 미세한 차이가 승부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두 사람의 '중도 보수' 이미지는 겹치는 부분이 많아 '중도 확장' 차원의 경쟁은 의미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 입장에서는 조금 더 까다로운 싸움이 됐다.

서울시장 후보를 대상으로 한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안 대표가 앞서는 추세다. 오 후보가 따라잡아야 하는 위치지만, 제1야당이라는 세를 등에 업었다. 지난해 취임 초부터 중도층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어 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도 오 후보는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김 위원장 측 한 관계자는 이날 "김 위원장은 오 전 시장이 (최종 후보로) 올라오는 게 낫다고 보고 있었다"며 "(야권 단일화 구도 측면에서) 국민의힘에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오 후보도 "김 위원장과 긴밀히 협조하고 상의하겠다"고 했다.

오 후보와 안 대표 모두 후보 단일화 협상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 후보는 이날 "안 대표와 단일화를 굳게 믿고 의심하지 않는다"며 "(안 대표와) 조속히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안 대표도 "오 후보와 가급적 빨리 만나길 희망한다"면서 단일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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