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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준비한 사직 입장문 1분 만에 차분히 읽고 "갑시다"

입력
2021.03.04 16:35
수정
2021.03.04 19: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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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에 찬 표정으로 대검 청사 앞서 입장 발표
준비한 입장문 외워와 몇몇 말들 힘주어 말해
직원들 대검 1층서 마지막 퇴근길 배웅
尹 "부득이한 선택인 것을 이해 부탁"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 앞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 앞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고 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4일 오후 2시 관용차를 타고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 입구에 도착한 뒤, 포토라인에 서자마자 취재진을 향해 이렇게 첫 마디를 내뱉었다. 윤 총장은 포토라인에서 잠시 윗옷 주머니 매무새를 정리했지만, 목소리를 가다듬는 등 특별한 준비 동작 없이 정면을 응시한 채 곧바로 준비한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윤 총장은 입장문을 외운 듯 휴대폰이나 문서를 따로 보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또박또박 밝혔다. 대검은 윤 총장의 첫 발언 직전에 입장문을 배포했는데, 윤 총장이 직접 말한 내용과 거의 똑같았다. 그는 입장문을 읽는 동안 표정 변화 없이 눈에 힘을 주고 좌우를 번갈아 볼 정도로 차분했다.

윤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지금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 피해'를 언급할 때 마스크가 살짝 내려와 손으로 다시 마스크 위치를 다잡기도 했다. 윤 총장은 이어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총장은 "검찰에서의 제 역할은 지금 이제까지입니다"라고 말한 뒤, 잠시 멈추더니 "그러나"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제가 지금까지 해 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끝으로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셨던 분들, 그리고 제게 날 선 비판을 주셨던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준비해 온 입장을 모두 밝혔다. 윤 총장이 준비한 말을 전부 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분이었다.

윤 총장은 이후 '어제까지 거취 언급은 없었는데 오늘 입장 표명하는 이유가 있느냐' '사퇴 이후에 정치에 입문할 계획은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엔 "갑시다"라고 말하며, 대검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윤 총장은 임기 142일을 남기고 검찰총장 자리에서 중도 하차하게 됐다. 검찰총장 취임 이후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며 '야권 대선주자'로까지 부상한 그는 검찰을 떠나는 날까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날 대검 청사에는 취재진만 300여명이 몰려와 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윤 총장 지지자들도 서초동으로 몰려왔지만, 대검에서 청사 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해 접촉은 없었다.

윤 총장은 사의 표명 후 바로 법무부에 사표를 냈다. 윤 총장의 사표는 바로 청와대로 전달됐고,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윤 총장은 오후 4시에 예정된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과의 만남을 마치고, 오후 5시50분쯤 총장으로서 마지막 퇴근을 했다.

대검 직원 200여명은 공식 퇴임식도 없이 떠나는 윤 총장을 환송하기 위해 대검 청사 1층 로비에 모여 그의 마지막 퇴근길을 배웅했다. 이 자리에서 윤 총장은 직원들에게 "제가 여러분들과 함께 임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먼저 가게 돼 미안하다"며 "부득이한 선택이었단 점을 여러분들이 이해해 주길 바란다. 그동안 감사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일부 직원들과 악수를 나눈 뒤,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대검 청사를 떠났다.


시각물_윤석열 검찰총장 행보·주요 사태

시각물_윤석열 검찰총장 행보·주요 사태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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