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부산시장 선거는 신공항 선거인가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봄기운 완연한 부산은 지금 가덕도신공항 이야기로 가득하다.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후보들은 신공항 건설만 말할 뿐, 경제와 복지 문화 등 민생 이야기는 크게 들리지 않는다. 초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휘청거리며 아우성이지만 신공항만 들어서면 다 해결된다는 분위기다.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를 찾았다. 그로부터 닷새 만인 지난 2일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덕도에 왔다. 같은 당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들과 1월에도 가덕도를 찾은 이 대표다. 여기에 국민의힘도 맞불을 놨다. 지난달 1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같은 당 예비후보들과 가덕도를 찾아 신공항 건설 지지 선언을 하고 갔다. 여야를 막론하고 신공항 건설을 내세워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 사람들 입장에선 나쁠 게 없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지역 주민과 물류에 애로가 있던 경제계의 숙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신공항은 신공항이고, 선거는 선거다. 최근 한 지역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신공항 건설을 이슈로 보는 시민은 10명 중 2명에 그친다. 나머지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비롯한 전직 시장 성비위 사건, 코로나 대책, 국정원 사찰의혹 등을 꼽았다. 신공항 문제가 부산에서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선거가 ‘신공항 프레임’에 갇히고 보니 정작 어느 후보가 새 시장에 적합한지 검증하고 살펴보기 힘든 상황이다. 여러 후보가 대기업 유치, 공공기관 추가 이전 등 주요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작년 4월 총선에 이어 이번 선거도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열려 공약을 설명할 기회가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당 수뇌부가 총출동해 열을 올리는 신공항 건설 이야기에 가려 빛을 거의 못 보고 있다.
초대형 건설 공약을 화두로 던지는 게 선거에서 이기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전임 시장으로부터 배신당한 시민들을 보듬고, 부산을 제대로 이끌어갈 시장을 뽑는 자리다. 이를 망각한 채 모든 후보와 당이 신공항 건설만 이야기 하고 있으니 ‘시장 선거’가 아니라, ‘신공항 선거’라는 말까지 나온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광역자치단체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중앙정치의 과도한 개입이 보궐선거의 진정한 의미를 해친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대통령까지 부산을 다녀갔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선 야당 후보가 여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고 한다.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일 뿐이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선거 특성상, 부산 시민들이 이런 이야기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여당 후보든, 야당 후보든 시민들이 신공항 이외의 것에 대해서도 알아야 투표를 할 거 아닌가. 부산시장을 하겠다고 나선 후보들의 면면을 정작 부산 사람들은 여전히 모른다.
국민의힘은 4일 보궐선거 후보를 확정했다. 민주당은 6일 결정한다. 선거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이제라도 후보나 당은 시민이 제대로 된 시장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시간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유권자, 국민에 대한 예의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