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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가장 큰 지정학 시험대는 중국”... 美 외교정책 기조 드러났다

입력
2021.03.04 19: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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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국무, 8대 외교정책 과제에 '中 대응' 포함
백악관, 24P '안보전략 지침' 공개...中 경쟁 확인
민주주의, 동맹 회복 등 가치 외교 원칙 재확인

조 바이든(오른쪽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 부통령 재임 중이던 2013년 12월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왼쪽 세 번째) 국가주석과 회담을 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 부통령 재임 중이던 2013년 12월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왼쪽 세 번째) 국가주석과 회담을 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여덟 번째는 ‘21세기 가장 큰 지정학 시험대’인 중국과의 관계를 다룰 것이다.”

미국 외교수장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의 8대 외교정책 우선과제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과제에는 민주주의 회복, 동맹 복원 등 원론적인 개념이 주로 담겼다. 목표로 제시한 특정 국가는 중국이 유일했다. 중국의 '아픈 고리' 홍콩과 신장위구르 탄압 문제도 언급했다.

같은 날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 명의의 24쪽짜리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도 공개했다. 이 지침에서도 중국이 미국의 유일한 경쟁자로 지목됐다. 향후 4년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의 경쟁을 핵심 의제로 삼겠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원론적 언급에 그쳤고 구체적인 대중(對中) 압박정책이나 수단은 여전히 제시하지 못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가진 외교정책 연설에서 “러시아, 이란, 북한을 포함해 몇몇 국가는 미국에 심각한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 과제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안정적이고 개방적인 국제 체제에 심각하게 도전하는 경제ㆍ외교ㆍ군사ㆍ기술력을 가진 유일한 국가”라는 경계였다.

그는 또 “우리가 물러나자 중국이 그 자리를 채웠다”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이 세계무대에 돌아왔다’는 외교 기조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동맹 경시’에서 나왔다는 반성인 셈이다.

백악관 안보전략 지침 역시 “특히 중국은 급속히 강경해지고 있다”며 '유일한 경쟁자'라고 칭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중요성 강조, ‘미국의 가장 큰 전략적 자산’이라고 표현한 호주, 일본, 한국 같은 동맹 챙기기 내용도 담았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3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3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중국이 ‘굴기’하면서 G2(주요 2개국) 중 하나가 돼 미국을 위협한다는 인식이 확립됐다. 트럼프 행정부에선 미중 무역전쟁으로 행동에 나섰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압박을 고도화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중국 견제용 ‘쿼드(Quadㆍ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 본격 가동, 반도체와 차량용 배터리 등의 공급망 재조정이 일단 미국의 조치로 가시권에 들어왔다. 동시에 중국과 협력할 문제는 협력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차별화도 꾀했다.

블링컨 장관은 민주주의도 강조했다. 바이든식 가치동맹 구축 차원이다. 그는 특히 홍콩 민주주의 탄압,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학대를 중국의 잘못으로 꼽았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중국은 더 큰 제재를 받지도 않고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민주주의 전술과 관련, 과거와 같은 군사 개입이나 권위주의 정권 전복을 위한 무력 활용은 없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블링컨 장관이 제시한 8대 외교 과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단 및 세계 보건 안보 강화 △경제 위기 극복 △민주주의 회복 △이민정책 개선 △동맹 및 우방 재복원 △기후변화 대처 △기술 우위 확보 △중국 대응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블링컨은 외교정책이 우리의 일상과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을 제시했다”라고 전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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