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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콧대높던 佛 루브르도 유니클로와 손잡아

입력
2021.03.05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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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관광객 전년 대비 75% 줄어
재정 손실도 최소 1100억, 위기 고조
수익구조 다변화 위한 고육책 분석

1월7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입구가 코로나19 봉쇄 여파로 막혀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1월7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입구가 코로나19 봉쇄 여파로 막혀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프랑스 문화의 ‘자존심’ 루브르박물관이 일본 의류업체 유니클로와 손을 잡았다. 옷에 모나리자 등 소장 미술품이 그려진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물론 목적은 돈이다. 그간 상업성을 극구 경계해왔던 루브르의 행보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세계 최고 박물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거센 파고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가장 유명한 박물관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촉발한 경제적 피해를 상쇄하기 위해 소매 기회를 받아들였다”며 루브르의 변신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티셔츠가 박물관을 구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문이 닫힌 동안 이름이 살아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루브르의 절박한 처지를 묘사했다.

루브르는 지난달 유니클로와 제휴를 맺고 4년간 ‘루브르 컬렉션’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모나리자 티셔츠, 사모트라케의 승리의 여신 후드 등 대표 미술작품이 그려진 의류가 박물관 온라인 상점과 유니클로 온ㆍ오프라인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박물관 측은 글로벌 테크액세서리 브랜드 케이스티파이와 협업해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그림이 새겨진 아이폰ㆍ에어팟 케이스, 휴대폰 거치대 등도 내놨다.

프랑스 정부의 봉쇄 조치로 올해 1월 파리 루브르 박물관 전시관이 텅 비어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루브르 박물관 관람객 수는 전년대비 72% 줄었다. 파리=AFP 연합뉴스

프랑스 정부의 봉쇄 조치로 올해 1월 파리 루브르 박물관 전시관이 텅 비어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루브르 박물관 관람객 수는 전년대비 72% 줄었다. 파리=AFP 연합뉴스

루브르와 소매업체의 협업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리 흔한 장면도 아니다. 콧대 높은 루브르의 변심은 코로나19로 인한 재정난 탓이다. 지금까지는 매년 1,000만명 안팎이 찾는 입장 수입 덕분에 굳이 소매시장을 기웃거릴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두 차례 봉쇄 조치에 따라 6개월 넘게 박물관 문이 잠겼고, 그 여파로 방문객 수가 전년 대비 72% 이상 줄어든 280만명에 그쳤다. 손해만 최소 9,000만유로(약 1,100억원)나 됐다.

어쩔 수 없이 박물관 측은 수익구조 다변화에 나서야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모나리자를 가까이서 단독으로 관람할 수 있는 경매 행사를 진행했다. 잠깐이라도 직접 보려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명화를 하루 온전히 혼자 감상하는 대가로 얻은 수익은 8만유로(약 1억650만원)였다. 당초 예상한 3만유로(4,000만원)보다 3배 가까운 금액에 낙찰된 셈이다. 박물관 책임자인 장 뤽 마르티네즈와 함께하는 개인 투어 및 박물관 야간투어 역시 각각 3만8,000유로(5,059만원)에 낙찰됐다.

루브르는 장소 대여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에는 박물관 내 미사용 공간 1만2,000㎡를 교육ㆍ체험형 예술 스튜디오로 탈바꿈하는 경매가 열렸고, 최근엔 넷플릭스 시리즈 ‘루핀’ 제작진에 닷새 간 대관도 허용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많은 브랜드와의 연계는 감염병으로 훼손된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아델 지안 루브르 대외관계 책임자는 “루브르의 이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시급해졌다”면서 비상 상황임을 인정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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