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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인도·태평양을 지배할 것인가

입력
2021.03.04 19:00
25면

편집자주

21세기에 펼쳐지고 있는 강대국 세력경쟁과 개도국 경제발전을 글로벌 기후변화와 에너지 경제의 관점에서 짚어 본다.


괌에 위치한 미 태평양함대 해군기지. 연합뉴스

괌에 위치한 미 태평양함대 해군기지. 연합뉴스


트럼프 재임 기간 미국과 중국 사이의 힘겨루기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각국의 최대 관심사였다.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대립은 여러 분야에 걸쳐 진행되고 있지만, 결국은 중국 내륙에서 인도양 해안의 항구까지 무역로와 운송 인프라를 구축하여 아시아 대륙을 하나로 연결하려는 중국, 그리고 이러한 중국의 대전략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대응으로 봐야 한다.

중국에게 아시아 육상운송로 연결의 핵심요충지는 이란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무역로는 이란을 통과해 중동, 아프리카로 연결된다. 2016년 4월 중국의 화물열차가 최초로 테헤란에 도착하는 대장정을 완성되기도 했다. 중국과 이란은 석유가스전 개발과 운송 인프라 구축에 400조원을 투자하는 합의를 이뤄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이러한 중국과 이란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했고 결국 중국의 이란 투자를 지연시키고 철회시키는 성과를 달성하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과 이란 협력은 더욱 타격을 받게 되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해상 운송로를 둘러싸고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역사적으로 패권국가들은 예외 없이 태평양, 인도양, 지중해, 대서양, 발트해 등 주요 해양을 장악하는 '제해권(制海權)'을 누렸다. 예컨대 18∼19세기 영국이 패권을 유지하는 데에는 인도와 동남아를 제조업 자원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지중해-수에즈운하-인도양-서태평양 루트를 연결하는 무역운송로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20세기 미국의 패권도 파나마운하 개통으로 시작되었다. 미국은 태평양에서 괌을 태평양함대의 해군기지로 만들었고, 1966년에는 인도양의 영국령 섬 디에고 가르시아(Diego Garcia)를 영국으로부터 장기 조차하는 협약을 맺어 해군기지화하는 데 성공했다.

인도양과 태평양은 20세기 동안 별개의 해양공간으로 인식되었다. 미국의 주된 무역로는 태평양이었고, 중국은 미국이 통제하는 태평양을 벗어나지 못했다. 인도양은 아프리카와 중동, 유럽을 연결하는 세계의 가장 중요한 해양 운송로다. 지금까지는 인도양을 통과해 지중해 대서양으로 이어지는 항로가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운송로였다.

러시아, 중앙아시아와 국경 위협이 없어진 이후 중국이 본격적으로 무역과 자원수입을 위해 인도양을 아프리카, 중동, 유럽 국가들과의 주된 해상 무역로로 설정하면서 지난 100년간 이어져온 세계무역구도와 해군력 구도는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중국은 태평양을 지나 인도양을 통과해야만 아프리카, 중동 국가들과 대규모 해상 무역과 원유 수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1400년대 중국은 해양 실크로드 원정을 통해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 해양을 지배하기 위한 해군기지를 아프리카 지부티에 건설했다. 15세기 이후 중국이 몽골의 위협에 대비하는 사이 전 세계 해상권은 포르투갈-스페인-네덜란드-영국 순서로 넘어가게 되고 유럽 국가들이 당시 자원공급기지로 인도 동남아 지역을 장악하게 된다.

태평양에서 인도양까지 제해권을 확대하기 위해 중국은 서남아에서 동아프리카 해안에 이르기까지 20여개의 기착지 항구와 해군기지를 이미 확보해 놓았다. 미국은 태평양함대를 인도·태평양함대로 개칭하고 서태평양-인도양 루트 장악에 나섰다.

2020년 7월 중국과 이란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다시 발표하였다. 인도양과 동아프리카 주요 국가들에는 러시아, 호주, 일본, 인도, 프랑스 등이 경쟁적으로 항구를 조차해서 해군기지화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인도 태평양에서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가 귀추가 매우 주목된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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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규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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