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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동의의결로 소비자가 얻는 것

입력
2021.03.03 11:31
수정
2021.03.03 15:16
25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애플코리아의 광고비 책임 전가에 대한 동의의결 최종 확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애플코리아의 광고비 책임 전가에 대한 동의의결 최종 확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와 애플코리아 사이에 확정된 동의의결은 공정위 40년 역사의 기념비적 사안으로, 특히 가속화되는 디지털 경제 전환 시대의 소비자 권익 보호 측면에서도 진일보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최종 동의의결에는 그동안 거래 상대방인 이동통신사와의 계약에서 발생했던 문제점을 해결하는 ‘거래 질서 개선방안’뿐만 아니라, 소비자·중소사업자 등을 위한 ‘상생 지원방안’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 특히 1,000억원 규모의 상생 지원기금 중에는 유상 수리 비용 할인 등 소비자를 직접 지원할 수 있는 금액 약 250억원이 책정되어 있다. 물론 혹자는 약 100만명의 아이폰 소비자에게 주다 보면 개인당 2만~3만원의 혜택밖에 돌아가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과거 어마어마한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되었던 그 어떤 사례에서도 피해 당사자인 소비자들에게는 어떤 보상도 주어지지 않았던 현실을 감안하면, 이는 획기적인 발전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거래상지위 남용행위나 기업의 위반행위로 인한 피해가 엉뚱하게도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전통적인 시정조치인 과징금은 곧바로 국고로 환수될 뿐이었으나, 이번 애플 동의의결의 경우, 기존의 동의의결과 달리 소비자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된 사실상 첫 번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듯 소비자나 다른 이해당사자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동의의결을 진행할 경우에는, 진행과정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동의의결의 효과가 소비자에게 직접 미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할 경우 소비자들의 불만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동의의결 전반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의의결의 절차상 잠정적 동의의결 단계에서는 이해관계인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간이 있음으로, 해당 상품을 구입하여 사용하던 소비자들 역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여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시장경제의 파수꾼으로서 소비자들을 대표하는 민간 소비자단체의 역할은 매우 지대하다.

동의의결 제도는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도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 형사 처벌을 면하게 해주는 '기업 봐주기'나 '면죄부'라고 우려할 수도 있지만, 명확하게 위법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관련 소송의 지난한 과정을 감안했을 때, 이 제도는 시장 감시의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준수한다는 전제는 당연히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동의의결 제도가 소비자 피해구제 및 후생 증진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여정성 서울대 교육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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