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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왜 미얀마 사태 '해결사'를 자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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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2시30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외교부가 긴급 화상 브리핑 일정 문자를 발송했다. 국내 언론 중엔 한국일보만 초대됐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특별 외교장관 회의를 30분 앞둔 시점이었다. 브리핑 시간은 오후 5시15분, 회의가 끝나자마자 설명에 나선 것이다.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은 "아세안은 미얀마를 도와주고 싶다. 미얀마가 아세안에 문을 열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미얀마 시민들의 피해 발생을 우려한다"면서 "미얀마 국민의 복지, 정상적인 민주주의의 부활, 미얀마의 평화와 안전 3가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세안 회원국과 벌인 '셔틀외교',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주변국과의 협의 사실도 소개했다.
실제 인도네시아는 미얀마 사태 초기부터 해결사를 자처했다. 쿠데타 당일인 지난달 1일 가장 먼저 우려를 표명했고, 나흘 뒤 아세안 특별 외교장관 회의를 제안했다. 레트노 장관은 이어 브루나이와 싱가포르, 태국을 잇따라 방문했다. 태국에선 미얀마 군정 외교장관과 만나 회담도 했다.
세계 4위의 인구 대국(2억7,000만명)인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의 맏형이다. 반면 국명 알파벳 순서에 따라 올해 의장국이 된 브루나이는 44만 인구의 소국이라 아세안의 약체로 꼽힌다. 목소리가 높던 베트남은 침묵하고 있다. 맏형인 인도네시아가 역내 문제 해결 적임자인 셈이다. 그간 아세안 역할에 회의적이던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미얀마 사태를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코위 정부 내내, 8년째 외교 수장을 맡고 있는 레트노 장관의 영향력도 주효했다.
발벗고 나선 인도네시아 덕에 미얀마 군정 외교장관을 포함해 10개 회원국이 참가한 외교장관 회의는 나름의 성과를 냈다. 회의 당일 미얀마 문제를 언급한 의장 성명이 나온 것이다. 10개항 중 3개가 미얀마 관련 성명이었다. 이견 탓에 성명을 내지 않거나 성명 발표까지 일주일 넘게 걸렸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성명에 담기진 않았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외교장관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석방과 사태 이전으로 원상 복귀"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질적인 해법은 없었다. 형식과 내용도 아쉽다. 모든 회원국이 동의한 '공동' 성명보다 격이 낮은 '의장' 성명인데다, 미얀마 군부를 압박하기엔 수사의 강도가 약했다. △우려 표명에 이은 폭력 자제 및 평화적 해법 모색(8항) △정치적으로 억류된 인사들의 석방 및 유엔 개입 요청 청취(9항) △로힝야족 송환의 지속적인 노력 강조(10항)가 전부다. 오죽하면 3일 미얀마 군부가 국영방송을 통해 "전날 회의 덕에 (미얀마에 대한) 아세안의 견해가 달라졌다"고 자찬했을 정도다.
'아세안 참관 하 재총선' 설이 불거지면서 인도네시아의 외교 노력이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미얀마 시민들 입장에서 다시 선거를 치르는 방안은 군부를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다음날인 3일 미얀마 전역에서 벌어진 군부의 시민 학살은 인도네시아가 맏형 역할을 한 아세안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미얀마 군부는 아세안 의장 성명을 비웃듯 이날 적어도 시민 33명의 목숨을 빼앗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최소 18명의 시민이 총격에 숨진 '피의 일요일'보다 더한 이날의 참극은 '피의 수요일'로 기록됐다. 해결 기미는 없고 사람들만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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