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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부러운 유럽… '백신 연대' 갈수록 흔들려

입력
2021.03.0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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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집행부에 대한 신뢰 무너져
오스트리아 등 각자 백신 구하기 나서
EU 내 균열 파고 든 러시아·중국 백신

중국 국영제약사 시노팜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최초로 도입한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지난달 25일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부다페스트=AFP 연합뉴스

중국 국영제약사 시노팜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최초로 도입한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지난달 25일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부다페스트=AF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전에 돌입한 미국과 달리 유럽연합(EU)은 우왕좌왕의 연속이다.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는 계약 갈등을 빚고, 화이자 등 다른 백신 물량 확보도 더디기만 하다. 27개국 회원국들은 결국 ‘각자도생’에 나섰다. 백신 승인ㆍ배포 정책을 주관해 온 EU 집행위원회가 신뢰를 잃은 탓이다. 그 균열의 틈을 러시아ㆍ중국 백신이 집요하게 파고드는 중이다.

2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유럽 등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최근 하나 둘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 직접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오스트리아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1일 이스라엘, 덴마크와 백신 생산 관련 협력을 선언했고, 4일엔 덴마크 총리와 함께 이스라엘도 방문한다. 쿠르츠 총리는 “유럽의약품청(EMA)의 백신 승인 절차는 너무 느리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비해 차세대 백신 생산에서 더는 EU에 의존해선 안 된다”며 EU 집행위를 직격했다.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유럽의 계속되는 혼란은 러시아ㆍ중국에 기회가 됐다. 두 국가의 백신 모두 EMA 허가도 받지 않았지만, 당장 백신이 급한 EU 각국은 자체 승인 및 배포에 들어갔다. 폴리티코는 이런 분위기를 “EU 회원국 지도자들이 ‘연대는 망할 것이고, 백신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묘사했다. 실제 헝가리는 EU 국가 중 최초로 중국 국영기업 시노팜 백신 배포를 지난달 말 시작했고, 슬로바키아와 더불어 러시아 스푸트니크V 긴급사용 승인도 결정했다. 체코 역시 국내 승인이 이뤄지면 스푸트니크V를 사용할 예정이다.

미 CNN방송은 “공급 문제, 계약 분쟁, 지지부진한 참여로 인해 접종 속도가 나지 않자 EU 회원국들이 역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백신 연대가 무너진 이유를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EU 시민 4억4,700만명 가운데 백신을 맞은 사람은 5.5%에 불과하다. 비슷한 시기 백신 접종을 시작해 예정보다 2개월 빠른 5월까지 백신 접종 완료를 공언한 미국과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미국의 인구 대비 1회 이상 백신 접종자 비율은 15% 수준이다.

특히 빈손 합의로 끝난 지난달 25일 EU 집행위 화상회의가 흔들리는 연대를 다잡을 마지막 기회였다고 외신들은 평가한다. 당시 구체적인 백신 정책 개선안을 기대한 회원국들을 향해 집행위는 “앞으로 몇 주간 백신 공급은 어려울 것” “올 봄이면 백신 공급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제조 능력 향상 방안을 찾고 있다” 등 원론적 수준의 답변만 내놨다. 매체는 “내주 존슨앤드존슨의 코로나19 백신이 네 번째 승인을 받을 가능성 등 EU의 백신 상황은 개선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그 사이 얼마나 많은 회원국이 단일대오에서 이탈할 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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