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어단안' 안철수 vs '이단망' 김종인… 자신감과 위기감 사이

입력
2021.03.03 04:30
수정
2021.03.03 09:27
6면
구독

안철수(왼쪽 사진) 국민의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뉴시스.

안철수(왼쪽 사진) 국민의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뉴시스.


'어단안'(어차피 단일화는 안철수)이냐, '이단망'(이대로 단일화는 망한다)이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기싸움이 거세지고 있다. 1일 제3지대 후보로 선출된 안 대표가 국민의힘을 향한 '단일화' 압박을 이어가자, 김 위원장도 이에 맞불을 놓으면서다. 선수로 직접 뛰는 안 대표뿐 아니라 감독으로 선거를 지휘하는 김 위원장도 이번 후보 단일화 결과가 정치적 명운을 가르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단안' 안철수의 이유 있는 자신감

국민의힘과 최종 단일화를 기다리고 있는 안 대표는 자신감이 넘친다. 국민의힘이 연일 "기호 2번이 아니면 선거운동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압박해도 안 대표는 "2번이든 4번이든 야권 단일후보는 두 번째 후보고, 선출된 후보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는 게 맞다"고 받아친다.

안 대표의 자신감엔 이유가 있다. 단순히 여론조사상 우위 때문만은 아니다. 선거 승리를 원하는 국민의힘 내부 여론이 안 대표에게 나쁘지 않게 흐르고 있다. 2일 안 대표 측 관계자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비공개로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며 "야권이 이기는 선거를 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소장파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안 대표를 지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초선 의원은 이날 "안 대표의 입당 문제에 대해선 찬반 의견이 나뉜다"면서도 "(누가 후보가 되든) 상처 없는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진 의원 일부에서도 안 대표 지원사격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내부 회의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일부 중진들이 "안 대표에 대한 비난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안 대표 스스로도 무소속 홍준표 윤상현 의원 등을 연결고리로 국민의힘 내부 인사들과 접점을 넓히며 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보선 이후 야권 재편이라는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 상황이라서 안 대표와 이해관계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국민의힘 의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국민의힘 의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단망' 김종인의 논리 있는 위기론

국민의힘을 이끌고 있는 김종인 위원장은 내부를 향해 연일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내가 보궐선거 이전에 사라질 수 있다"고 한 발언도 "본인이 사라질 수 있다기 보단 당이 사라진다는 의미"라는 게 측근의 해석이다.

김 위원장 위기론도 최근 흐름과 무관한 게 아니다. 내부적으로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이 올라가 안 대표와 겨룰 만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비대위원은 이날 "최근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야권 단일 후보의 양자 구도에서는 안 대표나 나 전 의원, 오 전 시장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다"며 "선거 구도가 인물 경쟁보다 정권심판론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에서 안 대표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단일화 그림이 그려질 경우, 오히려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이탈하고, 이는 결국 본선 패배로 갈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장 우려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이날 "현재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은 진짜 지지율이 아니라 민주당 지지자들의 선택도 포함돼 있다"고 '역선택' 가능성을 경고했다. 안 대표를 겨냥해서도 "제3지대 후보로 단일화가 돼선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만나러 온다면 만나기야 할 것"이라며 "야권 단일화가 안 된다는 걸 생각하질 않는다"고 말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는 '필수'라는 얘기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단일화 협상 결과에 따라 김 위원장과 안 대표 중 한 명의 정치적 운명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