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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미얀마 사태 중재 나섰지만... 해법은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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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 발발 이후 뜨뜻미지근한 태도로 일관하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이 드디어 중재에 나섰다. ‘유감 표명’ 등 외교적 수사 만으론 유혈 참극을 막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한 건데, 사태 해결의 구세주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군부의 쿠데타 명분인 ‘재총선’을 두고 회원국 저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빈손 중재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국제무대에 첫 등장한 미얀마 군부도 짐짓 아세안의 지적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시민들을 향한 총구는 거두지 않아 외교적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다.
아세안은 2일 오후 화상으로 비공개 외교장관 회의를 열고 쿠데타 이후 미얀마 정세에 관한 자유토론을 진행했다. 9개국 외교장관은 미얀마 군정 대표단에 발언 기회를 부여했다. 하지만 대표단은 이 자리에서도 “부정선거를 바로 잡기 위한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며 민주화 세력이 극렬히 거부하는 재총선 카드를 거듭 꺼내 들었다. 유혈 진압 지적에는 “최소한의 대처를 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고 한다. 실제 군부는 이날 회의 직전 국영방송을 통해 진압 병력에 “실탄 사격을 하지 말라”는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몸을 낮추면서도 재총선이란 궁극의 목표는 포기할 수 없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다.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장시간 논의했지만 이날 공동 입장문 도출에는 실패했다. 동남아 외교가에선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하는 아세안 기조상 최종 합의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더 큰 걸림돌은 회원국 각자가 미얀마 군부와 상이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군부와 우호 관계를 유지 중인 태국 정부는 최근까지 “미얀마 사태는 내부 정치 문제”라며 아세안의 개입에 반대했다. 캄보디아도 태국과 비슷한 입장이며, 베트남은 쿠데타 사실 자체를 입에 올리기조차 꺼리고 있다.
그나마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가 미얀마 군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이어가고 있다. 비비안 발라크뤼시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은 전날 “군부의 무력 대응에 소름이 끼친다”고 비난했다.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은 이날 회의 직후 “군부에 ‘미얀마의 긴장 해소를 위해 아세안에 문호를 개방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 외교 소식통은 “아세안 회원국 절반 이상이 미얀마 사태에 대한 대응 수위도 정하지 않은 상태”라며 “경제적 동맹을 보다 중시하는 아세안의 특성을 감안하면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얀마 시민들도 아세안에 크게 기대지 않는 눈치다. 2014년 태국 쿠데타를 용인했던 지역 연합체가 갑자기 태도를 바꿀 것으로 믿지 않아서다. 이날 양곤 등 전국 각지에선 지난달 28일 시위 중 사망한 시민들의 장례식이 잇따라 열렸다. 군부 폭정에 신음하던 서북부 소수민족들도 본격적으로 반(反)군부 시위에 가세했다. 그러나 실탄 사용 금지 발표가 무색하게 이날도 군병력의 조준 사격으로 시민 3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군부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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