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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4~5월 백신공백' 우려... 최악의 경우 69만명분으로 버텨야

입력
2021.03.02 04:30
10면

예방접종 핵심은 '속도'인데 2분기 물량 불투명
가시화한 건 화이자 50만명분, AZ 19만명분뿐
노바백스·얀센·모더나 도입 감감무소식?
대다수 백신 공급이 3분기 이후에 몰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 접종실에 놓인 화이자 백신이 상온에서 해동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 접종실에 놓인 화이자 백신이 상온에서 해동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른 국가보다 시작은 늦었지만, 접종 속도는 더 빠를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 1월 27일 외신기자 정책토론회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위한 정부 예방접종 계획의 핵심은 '속도전'이다. 검증된 보건의료 역량 등을 바탕으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대규모 접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목표는 빨라야 6월부터나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 전에는 속도를 내고 싶어도 백신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백신 공급이 3분기 이후에 집중될 경우 의료체계에 부담을 줘 오히려 접종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분기 코앞인데... 공급 일정 아직도 '안갯속'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일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 누적 접종자는 2만1,177명으로, 전날 하루 동안 765명이 접종을 마쳤다. 인구 대비 접종률은 0.041%다. 요양병원 입소자와 종사자,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에 이어 119구급대원·역학조사원 등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에 대한 접종은 이르면 이달 7일부터 시작된다.

정부는 1월 말 '코로나19 예방접종 시행계획'을 발표하며 1분기 130만명, 2분기 900만명, 3~4분기 3,325만명을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1분기 당초 목표치(130만명) 중 현재까지 백신 공급이 확정된 물량이 80만여명분(아스트라제네카 75만명분, 화이자 5만8,500명분)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2분기에 1,000만명 가까이 접종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2분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구체적인 백신 공급 일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현재까지 2분기 중 공급이 예정된 백신은 약 480만명분으로, 정부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화이자와 개별 계약한 350만명분과 국제 백신 공동구매기구 '코백스 퍼실리티'로부터 받기로 한 아스트라제네카 129만8,400만명분이 여기에 해당된다.


5월까지 접종 인구 4%에 그칠지도... "선구매 안 한 결과"

문제는 이 물량 중 상당수가 6월 이후에나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2분기 물량 중 공급 일정이 가시화된 것은 화이자 백신 50만명분과 아스트라제네카 19만명분 정도다. 정부는 이르면 3월 중 들여와 4월부터 접종한다는 방침이지만, 그동안의 백신 수급이 계획보다 길게는 한 달가량 늦춰졌던 점을 감안하면 최악의 경우 4~5월을 69만명분만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5월까지 접종자는 약 150만명으로, 2~5월 동안 인구의 단 4%만 접종을 마치게 된다. 9월까지 인구의 70%(약 3,500만명)가 1차 접종을 마치고 11월에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정부 계획을 감안하면 6~9월에 나머지 약 3,350만명의 접종이 몰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아직 변수는 많이 남아 있다. 정부는 노바백스 백신 2,000만명분과 얀센 600만명분, 모더나 2,000만명분을 모두 2분기부터 순차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분기 중 공급이 '시작'된다는 의미일 뿐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나 들어올 지는 명확히 제시된 적이 없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밝지 않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에 대한 안전성이 입증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며 "정부가 백신 제조사들과 선구매 계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와서 공급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분기 이후 접종 몰려... "의료체계 부담" 우려도

백신을 맞은 사람의 체내에 항체가 생성돼도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 때문에 되도록 접종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코로나19 유행 장기화에 따라 경각심이 떨어지거나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며 확진자가 다시 급증할 우려도 있다. 그 전에 백신을 최대한 많이 접종해야 집단면역이 가능하다. 그런데 현재 상황으론 우리 국민 대다수가 하반기에나 백신을 맞게 된다. 접종자가 하반기에 몰리면 방역이나 의료체계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을 한 번만 맞아도 어느 정도 예방 효과가 있기 때문에 2분기에 가장 많은 사람이 접종을 하는 게 좋은데, 대부분 물량이 3분기에 집중돼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의료체계 부담을 줄이려면 접종이 골고루 분산돼야 하는데, 하반기에 몰려 있다"며 "코로나19 재유행과 맞물리면 접종에 차질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이날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개별 계약으로 확정된 화이자 백신 50만명분 도입이 이달 말 예정돼 있고, 다른 2분기 공급 물량은 아직 일정을 구체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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