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보수단체 도심집회 대부분 불허… '차량 9대 시위'는 허용, 왜?

입력
2021.02.28 17: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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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차량 시위 금지' 처분 효력 중단 결정
"옥외집회보단 코로나19 전파 위험 낮다"
'9명·9대로 제한, 구호제창 금지' 단서 달아
엇갈린 결론, 판단기준은 '전파가능성' 동일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도심 내 집회를 금지하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도심 내 집회를 금지하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보수단체의 3·1절 도심 소규모 차량 시위를 일부 허용했다. 차량에 탑승한 채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는 이유다. 다만, 참가 인원 및 차량 대수를 '9명·9대'로 제한하는 등 '11가지 방역 수칙 준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안종화)는 전날 보수 시민단체 대한민국 애국순찰팀이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3·1절 도심 차량 시위 금지 처분의 효력을 중지해 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애국순찰팀은 3·1절 당일 총 10명이 트럭 1대, 승합차 9대를 이용해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앞에서 광화문을 거쳐 다시 독립문 인근으로 돌아오는 차량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지난 25일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서울 전역에서 10인 이상의 집회를 금지하는 코로나19 관련 서울시 고시를 근거로 집회를 금지한다고 통보했다. 애국순찰팀은 이에 반발, 집회 금지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제기했다.

지난해 8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 대규모 인파가 몰려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 대규모 인파가 몰려있다. 연합뉴스

법원은 보수단체들의 3·1절 도심 옥외집회 대부분을 불허한 것과는 달리, 이들의 '소규모 차량 시위'는 제한적으로 허용해 줬다. 재판부는 "각 차량 탑승자가 차량 문이나 창문을 열고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는다면, 일반 옥외집회에 비해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차량 시위는 교통 흐름에 따라 도로를 통해서만 진행되므로, 참가자들이 주변 사람들과 합세해 도로를 점거하거나 교통 흐름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총 11가지의 방역 수칙을 준수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우선 10인 이상 집회를 금지한 서울시 고시에 따라, "참가 인원과 차량 대수를 '9인·9대'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집회 시간을 기존 6시간 30분에서 3시간으로 단축하고, 구호 제창을 금지하기도 했다.

최근 '옥외집회 허용 여부'에 대한 법원 결정이 종종 엇갈리긴 하지만, 판단 기준은 모두 동일하다. '감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6일 3·1절 도심 집회 허용을 요구하는 집행정지 신청 9건 중 7건을 기각 또는 각하했다. 법원은 △대규모 집회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지 △주최 측에 구체적인 방역 계획이 있는지 △집회 장소 인근에 또 다른 집회가 예정돼 있는지 등을 근거로 코로나19 전파 감염성이 큰 집행정지 신청 7건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부 인용된 나머지 2건에서도 "집회 참가 인원을 20~30명으로 제한하라"고 요구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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