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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직전 대통령의 '무리수' 행차...'득' 본 사례 별로 없다

입력
2021.03.01 09:00
수정
2021.03.01 14:25
4면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보고에 참여, 가덕도 공항 예정지 시찰을 위해 어업지도선에 승선해 선장으로부터 운항 보고를 듣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보고에 참여, 가덕도 공항 예정지 시찰을 위해 어업지도선에 승선해 선장으로부터 운항 보고를 듣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25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후보지 방문을 둘러싼 '선거 개입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말 한 마디도 거대한 정치적 메시지로 읽히는 것이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무게이자 현실. 역대 정권마다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가 선거 개입 비판을 받는 일이 반복됐다. 청와대가 "선거 개입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는 것도 판박이였다.

한국일보는 28일 전직 대통령들의 선거 개입 시비와 득실을 따져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득'보다는 '실'이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붉은 재킷 투어' → 새누리당 20대 총선 참패

2016년 4월 8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충북 청주시의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함께 센터 보육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4월 8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충북 청주시의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함께 센터 보육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총선을 닷새 앞둔 2016년 4월 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충북 청주와 전북 전주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연달아 방문했다.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당시 청주에선 지역구 4곳 중 3곳에서 여야 후보들이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선거 판을 뒤집으러 행차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상징 색인 붉은색 상의 차림이었다. 김성수 당시 민주당 대변인은 "민주화 이후 역대 어느 정부나 대통령도 이렇게 선거 개입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적이 없었다"고 반발했다. 청와대는 "경제 행보"라고 일축했다.

새누리당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새누리당 150석 이상 확보'를 점쳤지만, 122석을 얻는 데 그쳐 원내 제1당을 야당에 내줬다. 당시 전문가들은 박 전 대통령의 행보에 자극받은 진보 유권자들의 표심을 결집시킨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명박 '은평 뉴타운' 깜짝 방문 → 문국현 '바람'이 '태풍'으로

2008년 4월 5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서울 은평 뉴타운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숙자들을 찾아 격려하고 현장을 나서며 관계자들과 얘기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8년 4월 5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서울 은평 뉴타운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숙자들을 찾아 격려하고 현장을 나서며 관계자들과 얘기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 개입 논란을 일으켰다. 총선을 눈앞에 둔 4월 5일 경기에서 열린 식목일 기념 나무 심기 행사에 참석한 뒤 청와대로 돌아가는 길에 예고 없이 은평 뉴타운 건설 현장을 찾았다. 은평을 지역구 후보는 이 전 대통령 핵심 측근인 이재오 전 의원으로, 경쟁자인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의원의 '바람'이 만만치 않았던 때였다. 야당에선 "대통령이 '이재오 구하기'에 나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명박 효과'는 없었다. 15~17대 총선에서 은평을에서 내리 당선됐던 이 전 의원은 문 전 의원에게 10%포인트 이상의 큰 표 차로 졌다. 대통령 선거 개입 논란이 문 전 의원 바람을 '태풍'으로 키운 셈이 됐다.

노무현 "열린우리당 압도적 지지를" → 탄핵 소추

2004년 3월 12일 오전 국회본의장에서 대통령탄핵소추안 관련 야당의원의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단상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뒤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반대 구호를 외치고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4년 3월 12일 오전 국회본의장에서 대통령탄핵소추안 관련 야당의원의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단상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뒤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반대 구호를 외치고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지방 행사에 잇따라 참여해 선거 개입 논란을 빚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에선 같은 해 1월 노 전 대통령이 대전으로 전국 시·도지사들을 불러 '신국토 전략 선포식'을 개최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 등 한나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은 "총선용 정치행사에 지방단체장을 동원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불참했다.

선거 개입 논란은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노 전 대통령의 2월 방송기자클럽 기자회견 발언으로 폭발했다. 한나라당 주도로 3월 12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은 '동정론'으로 바뀌어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압승했다. 그러나 이를 '해피 엔딩'으로 볼 순 없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기각한 5월 14일까지, 두 달간 초유의 국정 공백이 이어졌다.

김대중 영남 지원 사격 → '0석' 승리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의 취약 지역 위주로 '지원 사격'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같은 해 2월 28일 대구에서 열린 '민주 의거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총선을 앞두고 큰 걱정이 있다"며 "지역 감정을 조장해 이득을 보려는 사람이 있으면 도태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2주 뒤엔 '3·15 의거 기념식'이 열린 경남 마산을 찾아 "정부가 140억원 예산을 들여 3·15 성역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지역의 숙원사업인 마산항 개발을 위해 벨기에로부터 2,100억원의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등 민심에 호소하는 발언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영호남 지역주의 타파'에 평생을 헌신했다 해도, '총선 직전'이라는 시기가 선거 개입 논란을 불렀다. 새천년민주당은 총선에서 부산·경남·대구·경북에서 단 1석도 얻지 못했다.

박진만 기자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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