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m 근처에 있어요"...모두에게 달린 추적장치, 위치 알림

입력
2021.02.28 20:00
편리하게 여겨온 위치 알림 기능
라이더·기사에겐 심적 부담
여성 대상 범죄 악용 우려도

7일 서울 종로구청 앞에서 배달 노동자가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뉴스1


"일부러 돌아온 게 아니라 화장실이 급해서 근처 건물에 들렀다 온 겁니다. 오해 말아 주세요."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을 자주 이용하는 권모(26)씨는 예상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택시 기사가 다짜고짜 '지각' 이유를 늘어놓자 당혹스러웠다. 앱을 통해 배차된 자신의 위치가 고객 김씨에게 실시간 전달되는 탓에 오는 길 내내 전전긍긍했다는 것이다. 오해한 고객으로부터 낮은 서비스 평가를 받으면 배차 등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하소연도 있었다. 권씨는 "오래 기다린 것도 아닌데, 나이 지긋한 기사님이 읍소하듯 해 영 불편했다"며 "예상 시간 맞추려다 '사고가 날 수도 있겠구나' 걱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편리한 GPS 기능, 라이더엔 부담

한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면 기사의 현 위치와 예상 경로가 실시간으로 뜬다. 택시 앱 캡처


위치정보시스템(GPS) 활용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예측 시스템이 각종 앱에서 적극 활용되면서 생활의 편리함을 더하고 있지만, '너무 과한 정보(TMI)'가 제공되는 데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시간 위치를 이용자에게 알리고 있는 '배달의 민족'과 '쿠팡 이츠' 등 배달 앱과 '카카오 택시' 'T맵 택시' 등 택시 앱 종사자들의 경우 당장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라이더로 일하는 한모(23)씨는 "배달을 하다 보면 중간에 다른 집을 들렀다가 가는 경우가 많은데, 손님들이 그 경로를 모두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급해져 더 서두르게 된다"며 "그러다가 음식을 쏟거나 다칠 뻔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권씨처럼 경우에 따라서는 종사자가 겪는 업무 스트레스가 고객에게 되레 심적 부담으로 전가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택시기사 박모(55)씨는 "택시의 현 위치를 안다고 해도 결국 출발지로 찍은 곳에서 만나야 한다"며 "택시가 도착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알릴 필요는 있다고 보지만, 실시간 위치까지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내 경로 노출... 범죄 악용 우려

애플리케이션(앱) '젠리'를 시작할 때 위치 알림 설정값을 '항상'으로 정해놔야만 앱이 구동된다. 젠리 캡처


실시간 위치 노출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도보로 배달 앱의 '라이더' 일을 하는 여성 배모(22)씨는 "예상 경로와 나의 현 위치가 모두 뜨다 보니 어떤 때는 고객이 나의 경로 중간까지 마중 나온 적이 있다"고 했다. 배달하는 사람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한 배려였겠지만, "으슥한 골목이거나 악의가 있었다면 범죄에 충분히 이용될 수 있었겠다"는 게 배씨의 생각이다.

실시간 위치 확인 서비스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까지 확대되면서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0대들 사이서 유행하고 있는 친구 위치 실시간 공유 SNS, '젠리'의 경우 데이트 폭력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사용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김서연(17)양은 "커플인 친구들이 앱을 이용하다 보면 상대방이 뭘 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여자친구와 싸웠을 때 남자친구가 욱하는 마음으로 상대의 위치를 앱으로 알아내 다짜고짜 들이닥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편리하기만 하다? 활용도 고려 필요

전문가들은 앱의 위치 정보 활용에 대한 적절한 인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앱이 현행 규율에 따라 운용된다 해도, 청소년의 경우 위치 정보 활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앱들의 관련 법규 준수와 별도로 '사회적 우려'는 존재한다"며 "앱을 사용하는 청소년들의 경우, 위치의 활용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 플랫폼 사업자나 정부가 확인하고 적절히 대응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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