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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주사기 덕 백신 더 맞힐 수 있다? 전문가들 "접종 현장 부담" 우려

입력
2021.02.28 16: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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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접종을 위해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27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접종을 위해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 업체가 개발한 K주사기(최소 잔여형 멸균 주사기) 덕에 백신 1병(바이알)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를 늘려도 된다고 한 정부 방침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백신 수급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백신 1병으로 접종가능한 인원을 1,2명이라도 더 늘릴 수 있다는 건 분명 긍정적 신호다. 하지만 어렵잖게 해낼 수 있고, 또 무조건 해내야 하는 것처럼 비치게 되면 접종 현장 인력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28일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전날 '예방접종 실시방법' 공문을 전국의 접종 현장에 배부했다. 여기엔 K주사기로 접종 뒤 잔여량이 남으면 추가 접종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K주사기는 버려지는 백신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스톤과 바늘 사이 공간이 거의 없도록 제작된 특수 주사기다.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읭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 내 무균 작업대(클린벤치)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주사기에 소분 조제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읭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 내 무균 작업대(클린벤치)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주사기에 소분 조제하고 있다. 뉴시스


'K주사기'로 병당 백신 접종자 수 늘릴 수 있다

화이자 백신은 한 병당 6명,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0명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심사를 통과했다. 1병 당 정량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백신 제조사들은 접종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손실분을 감안해 백신을 조금 여유 있게 넣어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1병당 5㎖'가 원칙이지만 통상 '5㎖ + α' 가 담긴다. '1병당 0.45㎖'가 원칙인 화이자 백신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다만 이 같은 여유분이 일반 주사기로의 접종을 감안한 것인 만큼, K주사기를 이용할 경우 버리는 양을 최소화할 수 있어 '+ α' 분량을 다른 사람에게 맞힐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화이자 백신은 1병당 7명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병당 11~12명까지 맞힐 수 있다. 1분기 접종 예정자가 76만여명 수준인 걸 감안하면, 10%만 더 맞힌다 해도 7만여명 분의 백신을 추가로 확보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두 백신의 생산 뒤 유통기한을 6개월로 한 점을 감안할 때 이렇게 아낀 백신을 2분기 접종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경실 예방접종관리반장은 "백신 1병을 접종 권고 인원 수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눠 쓰는 걸 공식적으로 검토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현장에서 숙련된 간호사가 어떻게 접종하느냐에 따라 접종 가능 인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읭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 접종실에서 화이자 백신이 상온에 해동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읭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 접종실에서 화이자 백신이 상온에 해동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 "현장 접종 인력들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 비판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3상 임상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백신 접종 기준을 마련하고 허가했는데, 병 당 접종 권고 인원을 조정하려면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접종에 앞서 실험을 먼저 진행해보고 방침을 정해야 하는데, 접종 초기에 얼마 해보지 않고 더 맞힐 수 있으니 일단 해보자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접종 현장에 과도한 책임을 떠넘긴 셈이란 비판도 나온다. 김 교수는 "숙련된 간호사는 1병으로 7명을 접종하고 아닌 간호사는 6명에 접종한다고 하면, 당연히 접종 현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자칫 무리하게 정규 용량보다 적게 접종하는 일이 발생하면 효능이 떨어져 집단면역 형성도 물건너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이제껏 정부는 우리도 충분한 양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자랑해왔는데 이제와서 조금 남은 잔여분까지 다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면, 국민들 입장에서는 '백신 수급에 자신이 없나' 의심할 수 밖에 없다"며 "정부 스스로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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