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확보, 짝찾기 분주한데… 엉덩이 무거운 롯데, 속내는?

입력
2021.02.28 21:00
14면

득실 따지며 e커머스 합종연횡 분주
조용한 롯데… '사업 부진'에 수장 교체
경쟁력 강화 카드는? "M&A 가능성도"

네이버와 CJ, 신세계 등 기업들이 전자상거래(e커머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협력, 제휴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반면, 유독 조용한 롯데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네이버와 CJ, 신세계 등 기업들이 전자상거래(e커머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협력, 제휴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반면, 유독 조용한 롯데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너무 조용하니까 불안하죠."

최근 회사 내부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돌아온 롯데 직원의 답변에선 초조함이 묻어났다. 경쟁사들은 전자상거래(e커머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총수가 직접 나서 적과의 동침을 불사하고 조 단위 자금 조달까지 뛰어든 반면,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롯데의 내부 기류가 그대로 반영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영원한 적도 없고 동지도 없다는 말이 자주 들릴 정도로 업체들끼리 합종연횡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데 롯데는 다소 미온적이라는 데에서 직원들 사이에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혈맹 맺고 IPO 속도전… e커머스 '폭풍전야'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지난달 28일 네이버 본사에서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온라인 쇼핑 분야에서 향후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사 제공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지난달 28일 네이버 본사에서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온라인 쇼핑 분야에서 향후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사 제공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기능 강화를 위해 경쟁사와 손을 잡는 등 e커머스 시장은 유례없는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네이버와 CJ그룹의 지분 교환을 비롯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쇼핑 협력을 위한 회동, 11번가와 아마존 제휴 등 굵직한 연합군 세력이 형성되는 추세다.

업계에선 대기업 간 적극적인 협업 사례가 잇따르는 건 본격적인 생태계 선점 싸움이 시작됐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e커머스 시장이 재평가 단계에 진입했다는 시각에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작업에 착수해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자금 조달 계획을 세운 쿠팡 기업가치가 최대 55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 데 이어, 티몬도 연내 기업공개(IPO) 속도를 올리고 있다. 미국 이베이 본사는 이베이코리아(옥션·G마켓 운영) 매각을 공식화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네이버가 처음 장보기 서비스를 뛰어들 때 쿠팡, 마켓컬리 등을 모두 집어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결국 네이버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던 건 당시 네이버가 상당히 높은 수수료를 불렀기 때문"이라며 "굳이 매출을 떼어주면서까지 손잡을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시장이 급변하고 변수도 너무 많아 일단 단점을 보완하는 연합군이 급하다는 판단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네이버 장보기에 입점해 있는 업체들은 홈플러스, GS프레시몰, 농협하나로마트 등 군소업체들이다. 네이버 장보기 출범 초기에는 마켓컬리 등 핵심 서비스들도 흡수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아직까지는 식료품 쇼핑 채널로 큰 부각을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다. 네이버 캡처

현재 네이버 장보기에 입점해 있는 업체들은 홈플러스, GS프레시몰, 농협하나로마트 등 군소업체들이다. 네이버 장보기 출범 초기에는 마켓컬리 등 핵심 서비스들도 흡수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아직까지는 식료품 쇼핑 채널로 큰 부각을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다. 네이버 캡처

실제 협력 사례는 실리적이고 냉철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네이버의 경우 쇼핑 거래액 규모는 크지만 장보기 고객이 적고 느린 배송이 약점이다. CJ대한통운의 전국 배송 물류와 신세계그룹 통합몰 SSG닷컴의 신선식품 사업 능력이 필요한 배경이다. CJ대한통운은 네이버라는 대형 고객사를 확보해 네이버 입점 업체들의 계약을 대거 따낼 수 있고, 신세계 역시 네이버를 통해 고객 접점을 빠르게 늘릴 수 있게 된다.

조용한 롯데… 이베이 인수 후보군에도 거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식료품 구매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식료품 구매처. <자료: 오픈서베이>

그룹 통합몰 롯데온으로 e커머스 사업을 전개 중인 롯데는 아직까지 협업이나 제휴 등의 대외적 행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 e커머스 시장은 식료품 수요 위주로 고성장세가 전망되지만 1월 말 오픈서베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장보기 채널로서 롯데 인지도는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온라인에서 식료품 구매를 위해 롯데마트(몰)를 이용했다는 소비자는 10.2%에 그쳤다. 경쟁사인 쿠팡(56.5%)이나 네이버(36.9%)와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다.

2020년 11월~2021년 1월 이용한 식료품 온라인몰

2020년 11월~2021년 1월 이용한 식료품 온라인몰

백화점, 마트 등 쇼핑부터 호텔, 외식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을 가지고 있음에도 롯데온을 매개로 한 시너지 효과가 미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생태계 선점을 위한 차별화 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선 최근 롯데온 수장인 조영제 e커머스사업부 대표가 사임한 것도 롯데온의 방향성에 대한 최고위층의 고민이 반영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보군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면세점이나 호텔 정도 말고는 압도적 1위가 없어 생태계 선점에 불리한 상황임에도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롯데온 역량 확대에 집중할지, 단점을 보완할 연합전선에 뛰어들지, 건실한 쇼핑몰을 아예 인수하는 카드를 쓸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며 "과거 티몬 인수설에도 휘말렸던 것처럼 롯데의 이베이 인수 가능성이 또 다시 나오는 건 롯데온 자체 역량으론 역부족이란 시장의 우려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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