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수령하고도 사흘간의 삼일절 연휴에 접종을 하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공문 발송 등 백신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섰던 이들이지만, 정작 받은 백신을 보건소와 요양병원 냉동시설에 모셔놓고 있는 것이다.
28일 경북도에 따르면 사흘 연휴 중 이날과 1일엔 도내 23개 시군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을 하지 않는다. 첫 접종이 이뤄진 26일에도 지자체 9곳만 극소량을 접종했고, 27일에도 경산 1곳만 23명을 접종했다. 울릉도에는 28일 헬기를 통해 백신이 수송되면서 2일부터 접종이 시작된다. 대구도 26일 359명을 접종했으나 27일에는 10명에 불과했고, 28일과 1일에는 접종 계획이 없다.
이는 전국 지자체가 비슷하다. 강원지역에서는 26일 750명 접종 후 연휴 사흘 동안 접종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전남과 제주지역도 연휴 기간 접종은 없다. 대전도 26일 397명이었으나 27일은 20명, 충남도 26일 1,550명이지만 27일에는 공주에서만 16명 접종하는데 그쳤다. 28일에는 천안의 한 요양병원에서 10명, 1일에도 다른 요양병원서 20명만 접종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을 뿐이다. 광주도 28일과 1일에는 백신접종을 중단하는 등 연휴기간 중 극소수 지자체만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접종하고 있다.
연휴에도 선별진료소가 가동되고 있고, 지자체들의 방역지침 위반 단속이 진행되는 등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게임 체인저'로까지 불리는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직사회의 안전 제일주의가 거론되지만, 안전과 속도전 사이서 갈팡질팡하던 정부가 접종 지침을 바꾸면서 비롯된 현상이다.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안전'에 무게를 두고 평일 접종만 권고했다. 접종 초기 이상반응이 나타났을 경우 휴일엔 대처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정부는 사흘 연휴 직전이던 지난 26일 '속도전'으로 전환, 휴일 접종을 독려하는 공문을 각 지자체에 보냈다.
한 광역시 관계자는 "지자체 입장에선 선택지가 넓어진 상황"이라며 "그러나 접종하는 지자체 입장에선 만의 하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응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종합병원이 총가동되는 평일 접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접수된 백신 접종 이상 반응이 경증 사례긴 하나, 112건에 이르는 등 적지 않은 만큼 서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한몫했다.
이밖에 한정된 보건소 인력이 휴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 서울 한 자치구 관계자는 "확진자 비중이 높은 수도권의 경우 의료인력의 피로가 누적돼 있다"며 "평일에만 접종해도 예정된 날짜 안에 끝낼 수 있다고 본 만큼 휴일에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26일 저녁 휴일접종 공문을 받았다"는 한 광역도 관계자는 "정부가 안전과 빠른 집단면역형성 사이서 잠시 고민을 한 것 같다"며 "26일 접종해본 결과 큰 문제가 나타나지 않아 휴일 접종으로 선회했겠지만, 지자체의 불안감까지 해소하지는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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