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보궐선거 노골적 개입 택한 文
중수청 설치, 완곡한 만류로 용인
선거결과·檢충돌, 레임덕 최대변수
집권 4, 5년 차의 레임덕(권력 누수)은 5년 대통령 단임제의 구조적 숙명일까. 1987년 민주화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예외 없이 집권 4, 5년 차에 인사ㆍ정책 실패, 자식ㆍ친인척ㆍ측근 관리 실패로 레임덕에 빠졌다. 지지율 하락과 민심 이반으로 선거에서 패배하면 집권당과 청와대는 결별로 치달았다. 이른바 한국 정치의 ‘3년6개월 법칙’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5년 차에 접어들자 레임덕 이야기가 나온다. 지지율만 보면 문 대통령의 레임덕 거론은 이른 감이 있다. 비록 집권 초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콘크리트 지지층이 여전히 견고하기 때문이다. 실제 5년 차 1분기 지지율을 비교하면 직전 대통령 5명 중 1위인 김대중 전 대통령(33%)보다 높은 39%(한국갤럽 2월 2주~4주차 조사)로 역대 최고다.
그럼에도 레임덕이 거론되는 것은 과거 정권이 밟은 패턴과 유사한 징후들 때문이다. 규제 만능주의에 매몰돼 전세난 가중과 풍선 효과만 키운 부동산 정책 실패가 대표적이다. 조국 사태 이후 도덕성ㆍ전문성 부재에도 과거 인연 중시와 돌려막기로 일관한 인사 난맥상도 민심 이반을 부추겼다. 친인척ㆍ측근 관리 실패로 인한 권력형 비리가 없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환경부 블랙리스트,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등은 정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문 대통령이 과거 정권과 유사한 길을 걸을지를 가를 1차 분수령은 4ㆍ7재보궐선거 결과다. YS 정부는 집권 4년 차인 1996년 신한국당이 15대 총선에 패하면서 여소야대 정국을 맞았다. DJ 정부와 노무현 정부도 4년 차 때 각각 국회의원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선거 패배는 국정운영 동력을 떨어뜨리고 레임덕을 가속화하는 결정타가 됐다. 문재인 정권은 다를까.
문 대통령이 노골적 선거 개입이 뻔한데도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가덕도로 향한 것은 선거 승리가 다급하다는 반증이다. 선거에서 패할 경우 불어닥칠 레임덕 후폭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텃밭인 부산의 민심을 잃고, 선거 패배 책임론에 휩싸여 청와대의 힘이 빠지고 여당 내 대선 경쟁 가열로 당 우위 구도가 가속화하면 레임덕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레임덕 시점을 가를 또다른 분수령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 처리다. 여당의 강경 초선 의원들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해 상반기 법 처리를 공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원론적 표현과 비서실장의 입을 빌려 ‘속도조절’을 주문했지만 단박에 거부당했다. “대통령 임기는 1년, 우리는 3년 남았다”는 한 의원의 발언은 레임덕 분수령에 선 문 대통령의 입지를 보여 준다.
중수청 설치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은 합리적이다. 공수처, 국가수사본부가 제자리를 잡기도 전에 새 수사기관 설치는 국민 혼란과 부패범죄 대응력 약화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검찰의 6대 범죄 직접 수사에 대한 평가도 없이 수사권을 빼앗겠다는 것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의 정권 수사에 대한 보복ㆍ응징으로 비칠 뿐이다. 중수청 설치를 고집하는 핵심 의원들이 검찰과 악연이 깊다는 것을 국민들은 우연으로 보지 않고 주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들의 과속 질주를 더 적극 제어하지 않는다면 검찰과 재충돌로 야기될 혼란에 대한 책임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레임덕은 불가피하다. 다만 그 시점이 언제일 거냐는 문 대통령 리더십에 달렸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연착륙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핵심 현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진심과 남은 임기 동안 국정운영의 구상을 그의 발언만으로는 도무지 짐작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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