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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을 공격하라" 野 서울시장 후보들의 또 다른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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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예비후보들 간 난타전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야권 후보들이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상대가 방송인 김어준씨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김씨가 이번 선거에서 뛰는 후보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닌데 말이죠. 김씨가 더불어민주당 예비 후보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민주당 의원을 공개 지지한 것도 아닙니다.
이를 두고 야권 후보들이 선명성 경쟁을 위해 김씨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진보 진영 인사로 분류되는 김씨와 각을 세워 보수 진영과 야권 지지층을 자신의 지지자로 만들겠다는 뜻이 감겨 있는 것이죠.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야권을 대표할 인사라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죠.
야권 후보들의 김어준 때리기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김씨와 김씨가 진행하는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저격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타방송사와 인터뷰에서 김씨는 물론 서울시가 예산 지원을 하는 TBS를 뜯어고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안 대표는 26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TBS 설립에 대한 서울시 조례를 살펴보니 TBS 설립 취지는 서울시민의 교통·생활 정보 제공이라고 돼 있다"며 "본연의 역할을 하는 게 맞다. 서울시 재난에 대한 재난방송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씨가 진행하는 뉴스공장을 비롯해 TBS의 정치·시사 프로그램을 없애는 방향으로 개편하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국민의힘에서 꾸준히 TBS의 정치 편향성을 문제 삼았고, 그 연장선상에서 TBS 콘텐츠 방향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셈이죠.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TBS 개편을 언급했는데요. TBS를 EBS(교육방송)처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나 전 의원은 앞서 21일 노원어린이도서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EBS와 인터넷 강의, TBS를 연계해 서울형 교육방송 '쌤'을 구축해 서울시 차원의 인터넷 강의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대놓고 김어준씨를 겨냥하지 않았지만 프로그램을 없애면 결국 김씨도 발 붙일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김어준 퇴출'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김씨를 직접 겨냥했죠. 그는 김씨의 진행 방식을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정치적 쟁점 때마다 여권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고 했는데요.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친문재인계의 놀이터', 김씨는 '정권의 나팔수'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오 전 시장은 앞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논쟁이 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그동안 출연자의 편향성, 내용의 편향성으로 끊임없이 문제가 된 프로그램"이라며 "청취율 1위란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실시한 조사에서 동시간대 타방송사 유사 프로그램에 비해 중립성 항목에서 30점 이상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꼬집었습니다.
오 전 시장은 보수층이 민감해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름까지 언급했습니다.
그는 "뉴스공장은 정치적 현안과 의혹이 발생할 때마다 친정권 인사들의 해우소 역할을 했다"며 "조국 사태 때 그의 딸을 출연시켜 반박의 기회를 주고 윤 의원의 횡령 등 혐의가 제기되자 본인까지 출연시켜 거짓 변명의 기회를 줬다"고 목소리를 높였죠.
서울시 25개 구청장 중 유일하게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으로서 여전사 이미지를 내세우는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뉴스공장에 직접 출연해 김씨와 설전을 벌였습니다. 조 구청장이 "TBS는 정권 나팔수"라고 하자 김씨가 "TV조선을 너무 많이 본 것 아니냐"고 맞섰는데, 이 발언은 종일 이슈가 됐죠.
조 구청장은 15일 뉴스공장에 출연했는데요. 김씨가 공약을 소개해달라고 질문하자 조 구청장은 "제 공약 중에 교통방송을 정권의 나팔수가 아니라 시민의 나팔수로 하겠다는 공약이 있다"며 "김씨와 생각이 같은 분만 출연하는 게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갖은 분도 출연해 공정한 방송을 들을 청취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 구청장은 자신이 서울시장이 되면 TBS에 대한 지원 예산에 손을 대겠다는 압박도 했습니다. 그는 "TBS 편성권은 서울시에 있고 누가 새로운 시장이 돼도 예산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금태섭 전 의원도 서울시장이 되면 TBS에 시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적어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시 예산을 TBS에 지원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김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우리 사회의 힘든 분들을 공격한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신환 전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김씨 퇴출을 연상하게 하는 주장을 하는데요. 오 전 의원은 지난달 11일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TBS의 사이버 어용 방송인들을 퇴출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오 전 의원의 이날 발언을 두고 김씨를 의식한 발언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죠. 문제는 서울시장이 한 방송인의 출연권을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죠.
오 전 의원은 논란이 되자 일주일 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통방송을 없애겠다는 게 아니라 사이버 어용 방송인들로부터 교통방송과 방송 공정성을 지켜나가겠다는 것"이라며 "시민들이 비싼 세금을 내고 (뉴스공장에서 제기한) 미투 음모론 같은 정신 나간 소리를 왜 듣고 있어야 되느냐"고 해명했습니다.
뉴스공장은 사실 문재인 정권 초기부터 정치적 편향성, 방송의 공정·중립성 훼손 논란의 중심에 섰던 프로그램입니다.
이 논란은 문재인 정권 5년차인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TBS에 7건의 법정제재 조치를 내렸는데, 이 가운데 6건이 뉴스공장에 대한 제재였습니다. 6건 모두 객관성이 문제가 됐고 대부분 김씨의 발언을 지적했죠.
하지만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정치인이 선거 공약으로 방송인과 프로그램, 방송사에 대한 '퇴출·폐지'를 약속하는 건 언론 장악 시도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의 야당인 국민의힘이 여당이었던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홍역을 치렀습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야권 주자들의 발언은 오해를 살만합니다.
그런데도 이들이 주저 없이 이같은 발언을 하는 건 문재인 정부와 여당과 맞서 싸울 보수의 아이콘이란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김씨가 친문 진영의 인사 중 인지도가 높고 영향력도 있다보니 야권 주자들이 김씨를 공격하는 건 친문 진영과 확실한 대립각을 세우는 효과도 낼 수 있죠. 혹시 이번 선거에선 낙마하더라도 앞으로 친문 저격수 역할을 하며 정치력을 높일 기회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이번 선거는 여야 일대일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직 야권 후보 단일화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말이죠. 일대일 구도로 치러지면 진보·보수 진영은 진영의 사활을 건 싸움을 해야 합니다. 그럴수록 선명성, 투사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력 주자로 분류되는 안 대표와 나 전 의원과 다른 후보들의 발언을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낮은 후보일수록 발언 수위가 세다는 걸 알 수 있죠.
한편 이강택 TBS 사장은 17일 월간TBS 창간 기념 대담에서 야권의 공세에 대해 "진짜 문제는 TBS에 대한 편향성 논란이 실제 방송을 보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특정한 의도를 가진 분들에 의해 논의가 주도되는 건 바로잡아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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