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 때문에? 선거 때문에?무산된 의료법 개정안, 재논의키로

입력
2021.02.27 01: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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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가운데) 법제사법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백혜련(왼쪽)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도읍 국민의힘 간사와 의료법 개정안 처리 여부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윤호중(가운데) 법제사법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백혜련(왼쪽)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도읍 국민의힘 간사와 의료법 개정안 처리 여부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강력범죄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의사들의 면허를 최대 5년간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 처리가 26일 무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과잉금지의 원칙'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고, 이에 여당 의원들도 한발 물러서면서 법안 처리가 미뤄졌다. 일각에서는 '총파업'까지 거론하며 법안 처리에 강하게 반대한 대한의사협회 등의 반발에 정치권이 밀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당초 의료법 개정안은 이날 법사위 처리에 이어 본회의 처리까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19일 여야 합의로 해당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고, 야당도 적극적 반대 입장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법사위 논의 분위기는 다소 달랐다. 특히 야당 의원들의 반대가 거셌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살인, 강도, 성범죄 등 범죄는 면허를 취소해야 하겠지만 직무와 연관 없는 범죄, 예를 들어 명예훼손과 교통사고 등으로 인해 면허 취소하는 건 최소침해성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한홍 의원도 "이전의 법이 문제가 있어 2000년에 현재 법으로 개정된 것"이라며 "다시 예전의 법으로 돌아가자는 것인데 갑자기 의료인들의 범죄가 늘었느냐"고 반문했다. 의료법은 1973년부터 범죄의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면허를 취소했다. 하지만 2000년 정부가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면허취소 대상 범죄의 범위를 '허위진단서 작성 등 형법상 직무 관련 범죄와 보건의료 관련 범죄'로 좁혔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의사는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다루는 직업으로 고도의 전문 기술 뿐 아니라 윤리성과 도덕성도 갖춰야 한다”며 법안 처리 필요성을 주장했다.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다음 위원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해, 이번 임시국회 처리 무산을 공식화했다.

이날 의료법 개정안 처리 불발의 표면적인 이유는 여야간 이견 차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야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 의료법 개정안이 복지위에서 처리된 직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사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의사 심기를 건드리는 법을 왜 (민주당이 처리하려고) 시도하는지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처리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여당이 주춤한 것을 향해서도 "4· 7보궐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아직 정치권에) 전문직에 대한 특혜가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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