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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리를 시작하기로 했다

입력
2021.02.26 22:00
23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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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거나 계절이 바뀌면 다들 정리를 시작하겠노라고 다짐하곤 한다. 이번에는 꼭 성공하리라. 큰 포부를 갖고 시작하지만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물건을 보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엄두조차 나지 않아 금세 포기하기 십상이다. 이 글의 독자들도 흐지부지된 정리 정돈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정리 정돈,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교육을 받아왔지만 정리 정돈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그저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란 부모님의 생활습관과 잡지에 나오는 모델하우스 등을 모방하거나, 감각에 의지해 정리 정돈을 해왔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리에 실패하는 또 다른 요인은 하루에 끝내려는 마음이다. 게다가 정리 정돈을 잘하려면 버리기부터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정리 정돈의 방해요소가 되는 것이다. 넘치는 물건들 속에서 비우고자 하는 욕구와 물건에 대한 미련이 끝없이 상충되며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정리 정돈을 잘하기 위해서는 버리는 것만큼이나 물건을 살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부분 물건을 구입할 때는 후기도 읽어보고 비교하는 등 시간과 공을 들여 구입한다. 하지만 2,500여건의 컨설팅을 진행하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그게 뭐예요?’이다. 본인이 구입한 물건이지만 존재조차 모르는 일이 허다한 것이다. 우리는 물건을 너무나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필요해서 구입한 물건이라면 물건의 존재조차 잊는 일이 발생했을까? 정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구입도 잘해야 한다. 원함에 의한 소비보다는 필요에 의한 소비를 생활화해야 한다.

정리를 시작할 때는 내가 갖고 있는 물건이 필요에 의한 구입이었는지, 단순히 원하는 물건이었는지 잘 구별해야한다. 언젠가 사용할 것 같아 버리지 못하고 추억이 담긴 물건은 모두 필요하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다보면 끝이 없다. 언젠가 사용할 것 같은 그 언젠가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다. 두려움에 잠식되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보자. 추억이 담긴 물건은 사진으로 남겨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내가 있는 공간은 지금의 나를 표현한다. 즉 나의 성향,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미 곳곳에 가득 찬 물건들 속에서 내가 필요한 물건들만 남겨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보자!

정리에는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물건을 소비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 삶에 필요한 물건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내 공간, 내 삶 속에 물건뿐 아니라 낭비되는 시간과 돈, 인간관계까지 정리되면서 내 인생이 정리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정리는 버리는 것'이라고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이다. 정리는 버리는 게 능사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정리는 결심한 것을 바로 실천할 수 있는 행동력에서 결정된다.

우리 삶의 작은 행동들이 모여 나의 습관을 형성한다. 당신이 지금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단순한 행동. 예를 들어 음식을 먹고 바로 설거지 하는 것, 우편물을 바로 처리하는 것 등 미루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일을 적고 바로 실천해 보자. 이러한 사소하고 단순한 행동들이 모여 정리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시간 관리와 소비 습관까지 개선할 수 있다.




김현주 정리컨설턴트·하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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