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블로호 납치 피해 2.5조원 배상을"… 美법원, 北상대 최고액 판결

입력
2021.02.26 08:04
수정
2021.02.2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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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승조원·가족 171명이 50년 만에 제소
北은 무대응… 자산 찾아내 회수 추진 가능성

2005년 1월 북한 평양 시민들이 1968년 나포해 대동강변에 전시 중인 미국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호를 구경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005년 1월 북한 평양 시민들이 1968년 나포해 대동강변에 전시 중인 미국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호를 구경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을 상대로 한 미국 법원의 역대 최고액 피해 배상 판결이 나왔다. 2조원이 넘는다.

25일(현지시간) 미 관영방송 미국의소리(VOA) 등에 따르면 미 워싱턴 연방법원은 1968년 자국 군함 푸에블로호를 나포해 1년 가까이 억류한 북한을 상대로 승조원 및 가족ㆍ유족 171명에게 23억달러(약 2조5,000억원)를 배상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이번 배상 규모는 미 법원이 명령한 북한의 배상액 중 가장 큰 액수라고 VOA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승조원 49명의 경우 인당 1,310만달러부터 2,380만달러까지 총 7억7,603만달러를, 승조원 가족 90명과 유족 31명에 대해서는 각각 2억25만달러, 1억7,921만달러를 배상액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징벌적 배상 차원에서 금액을 2배로 늘렸다.

미 해군 소속 정보수집함인 푸에블로호는 1968년 1월 23일 승무원 83명을 태우고 북한 해안 40㎞ 거리 동해상에서 업무를 수행하다 북한 초계정 4척과 미그기 2대의 위협을 받고 나포됐다. 북한은 그 해 12월 미국이 북한 영해 침범을 사과하는 사죄문에 서명하고서야 탑승자 82명과 유해 1구를 석방했다.

피랍 당시 고문과 가혹 행위를 당했다며 북한을 상대로 생존한 선원들과 선원 가족이 집단 소송을 낸 건 사건 발생 50년 만인 2018년 2월이었다. 고문과 인질, 부상, 사망 등의 피해자가 테러지원국을 상대로 소송할 수 있도록 허용한 외국면책특권법(FSIA)이 근거였는데, 북한은 2017년 말 테러지원국으로 공식 지정됐다.

당시 이들은 푸에블로호 승무원들이 북한에 붙들려 있던 11개월간 상습적 구타와 고문, 영양 실조 등으로 혹사 당했고, 많은 승무원이 “심각하고 지속적ㆍ영구적인 신체 부상, 결함, 정신적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은 궐석 재판 결과다. VOA는 북한이 소송에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재판부 결정은 원고 측 주장만을 바탕으로 내려졌다고 전했다. 미 법원은 2018년 12월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된 뒤 숨진 자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유족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5억113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도 판결 전후 북한이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미국ㆍ해외에 흩어진 북한 자산을 찾아 소유권을 주장하는 방식으로 배상액 회수에 나섰던 당시 선례를 푸에블로호 승조원 등도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VOA는 관측했다. 이와 별도로 승조원과 가족에게는 미 정부의 ‘테러지원국 피해기금’ 신청 자격도 주어진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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