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 서울ㆍ평양 올림픽 사실상 무산… 호주 브리즈번 우선 협상지 선정

입력
2021.02.25 15:25
수정
2021.02.2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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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4일(현지시간) 화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4일(현지시간) 화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2032년 서울ㆍ평양 올림픽 공동 유치가 사실상 무산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4일(현지시간) 호주 브리즈번을 2032년 하계 올림픽 유치를 논의할 우선 협상지로 선정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날 화상 기자 회견에서 "집행위원회가 하계올림픽미래유치위원회의 이 같은 우선 협상 지역 선정 권고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전했다. IOC는 브리즈번을 선정한 이유로 기존 또는 임시 경기장의 80∼90%를 이용해 지속 가능한 경기를 제안했다는 점, 경기가 열리는 7∼8월의 좋은 날씨, 주요 국제 스포츠 행사를 주최한 경험 등을 꼽았다. 우선 협상지 선정은 2032년 하계올림픽에서 처음 진행되는 방식으로 유치 후보지를 여유 있게 선정하자는 취지에서 2019년 IOC 총회에서 의결된 사항이다.

이에 따라 IOC와 호주가 2032년 올림픽 개최 협상을 독점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향후 협상 과정에서 특별한 하자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IOC 총회 투표를 거치면 호주는 멜버른(1956년)과 시드니(2000년)에 이어 세 번째로 하계 올림픽을 유치하게 된다.

IOC가 브리즈번을 선택하면서 '공동번영 한반도 시대'를 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도 틀어졌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2032년 올림픽 공동유치에 합의했다. 이듬해 2월엔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북한 김일국 체육상이 바흐 위원장을 만나 공동유치 의향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관계가 차갑게 얼어 붙으면서 협상 창구가 단절돼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정부와 함께 올림픽 유치를 추진해 온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하노이 회담 후 남북간 기류가 바뀌었지만, 바흐 위원장 등에게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길이라는 유치 전략을 줄곧 펴왔던 만큼 당혹감이 크다"면서 "의향서를 낸 이후 IOC에서 검증을 위해 북측에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원활한 진행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2032년 하계 올림픽 유치 경쟁에는 호주와 남ㆍ북한을 비롯해 카타르 도하, 헝가리 부다페스트, 독일 라인-루르, 중국 청두와 충칭,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도 뉴델리, 터키 이스탄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이 참가했다. 호주 외 지역은 IOC와 벌인 유치 단계 중 1단계인 '지속 대화'에서 탈락한 셈이다. IOC는 브리즈번과 우선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추후 올림픽 개최를 희망하는 지역과 1단계 '지속 대화'도 계속 하겠다고 밝혔지만, 유일한 협상지로 뽑힌 브리즈번과 '목표 대화'가 결렬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어려워진 건 사실이지만 우선 협상 과정에서 변수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예의 주시하며 향후 남북 관계 개선 등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할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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