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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타파' 이미지 무너진 스가 日총리 ... 아들은 공무원에 77만원짜리 식사 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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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집안 배경에 기대지 않은 입지전적 정치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이미지가 무너졌다.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출 당시 '도련님'으로 불리는 세습 정치가들과 달리 밑바닥에서 차곡차곡 계단을 올라 정상에 오른 인물로 주목 받았지만 최근 장남의 불법 접대로 급격히 추락하는 중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으로 기득권 타파 등 개혁 추진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이다. 그러나 스가 총리의 장남이 아버지를 배경 삼아 고위 공무원을 상대로 불법 접대를 지속해 온 사실이 폭로되면서 기존의 세습 정치인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불법 접대에 관여한 이들은 스가 총리 장남과 총리의 영향력 하에 있는 총무성 간부들이다. 스가 총리는 논란 초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장남과 나는) 완전히 별개의 인격(체)"라며 자신과 관계 없다는 취지로 강변했다. 그러나 가족과 자신이 주도하는 정책을 담당하는 간부들이 논란의 주인공이란 점에서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총무성 장관 시절 별다른 직업이 없던 장남을 비서관으로 채용한 것도 기득권 타파와 거리가 멀다.
위성방송 인허가권을 가진 총무성 간부들이 이해관계자인 방송 관련 업체에 근무하는 스가 총리 장남의 접대에 응한 것은 일본 사회에 만연한 '손타쿠'(윗사람 뜻을 헤아려 행동함)를 보여준다. 고위 공무원들이 스가 총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스가 총리는 1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서 총무장관, 2차 내각에선 7년 8개월 간 관방장관을 거치면서 총무성 업무와 인사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이다.
자체 조사 결과 2016년 이후 스가 총리의 장남이 다니는 도호쿠신샤 측의 접대를 받은 총무성 간부는 13명이었다. 이 중 다니와키 야스히로(谷脇康彦) 총무심의관 등 9명에 대해 감봉 및 견책 징계를 받았다. 다케다 료타(武田良太) 총무장관도 관리 책임을 지고 3개월치 급여를 자진 반납했고, 총리관저 공보를 담당하는 야마다 마키코(山田?貴子) 내각공보관도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키로 했다.
조사 발표에서 가장 주목 받은 이는 야마다 공보관이다. 그는 총무성에 재직할 때인 2019년 11월 스가 총리 장남을 포함한 도호쿠신샤 관계자 4명과 식사한 사실이 밝혀졌는데, 식사비가 일반인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1인당 7만4,000엔(약 77만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2013년 2차 아베 내각에서 첫 여성 총리비서관으로 발탁됐고, 지난해 9월 스가 내각 출범 당시 첫 여성 내각 공보관으로 발탁되면서 총리 회견 때마다 진행을 맡고 있다.
2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과도한 식사비가 논란이 됐다. 야당 의원은 "도대체 뭘 먹으면 이런 금액이 나오느냐"고 추궁했고, 스가 총리 대신 답변에 나선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와규 스테이크와 해산물 요리"라고 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야마다 공보관은 "업무와 연관한 자리가 아니었고 비용은 얼마가 나왔는지 알지 못했다"며 "윤리규정에 위반하는 행위로 공무원의 신용을 손상시킨 점을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거취와 관련해서는 내각공보관으로서 계속 근무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지난 3일 주간지 슈칸분슌 보도에 폭로된 이번 논란은 공무원 대상 줄징계로 3주 만에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당초 2, 3개월이 걸릴 것이란 전망보다 서둘러 수습에 나선 것은 논란이 장기화할 경우 정권에 타격을 준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사안의 본질인 권력자 주변과 기업의 유착 여부, 이로 인한 방송 행정에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선 부정하고 있다. 이 역시 숱한 의혹에도 거짓 답변과 부인으로 일관한 아베 내각을 답습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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