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암살단 탄 전용기, 사우디 왕세자 연관” 새 정황 드러나

입력
2021.02.2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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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빈살만(왼쪽) 사우디 왕세자와 자말 카슈끄지(오른쪽)의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 '반체제 인사'의 한 장면. AP 자료사진

무함마드 빈살만(왼쪽) 사우디 왕세자와 자말 카슈끄지(오른쪽)의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 '반체제 인사'의 한 장면. AP 자료사진


2018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에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연루됐다는 새로운 정황이 드러났다고 미 CNN방송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송은 사우디 국영기업들이 지난달 사우디 전직 최고위 정보당국 관료이자 지금은 캐나다 시민권자인 사드 알자브리를 상대로 제기한 횡령 혐의 소송 문서를 토대로 이같이 전했다.

카슈끄지는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사우디 왕실을 비판한 반체제 인사다. 그는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영사관에서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잔혹하게 살해됐고, 시신도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카슈끄지를 살해한 암살단 15명 중 13명은 범행 직후 이스탄불과 사우디를 오가던 스파이 프라임 항공 소속 HZ-SK1, HZ-SK2 전용기 2대를 이용해 이스탄불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이 항공사가 2017년 12월 무함마드 왕세자가 의장을 맡은 국부펀드에 소유권이 이전된 사실이 이번 소송 문서를 통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CNN은 “스카이 프라임 항공의 비행기가 카슈끄지 암살에 사용됐다는 점은 카슈끄지 살해와 무함마드 왕세자 간 또 다른 연결고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간 배후가 무함마드 왕세자라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지만 사우디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지난해 사우디 법원은 카슈끄지를 죽인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5명에게 징역 20년형을 확정했다. 2년을 끌어온 암살 사건 사법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하면서도 몸통으로 지목된 무함마드 왕세자의 개입 의혹은 다뤄지지 않아 ‘꼬리 자르기’란 비판을 받았다.

한편 미국 정부는 조만간 국가정보국(DNI)이 작성한 카슈끄지 보고서의 기밀을 해제해 공개할 것으로 알려져 살해 배후를 둘러싼 의혹이 추가로 풀릴지 주목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DNI를 통해 보고서를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유지하고 있다. 곧 (공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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