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식약처는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기준의 일부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Non-GMO 표시 기준에서 비의도적 혼입치를 기존 0%에서 0.9%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Non GMO 표시가 훨씬 쉬워지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언뜻 생산자의 편의를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그동안 GMO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2018년에는 특히 심했다. 'Non GMO 표시가 불가능한 표시규정을 개정해 달라'는 국민 청원까지 등장하여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에도 Non GMO는 비유전자변형식품, Non-GMO, GMO-free 등으로 표시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그런 청원이 등장한 것일까?
몇 가지 단서조항 때문이다. Non GMO로 표시하려면 대두, 옥수수, 면화, 카놀라, 사탕무, 알팔파 같이 국내에 GMO 수입이 허용된 품목에 한해, 그것을 주원료로 사용하고, 비의도적 혼입치가 없을 때만 가능하도록 제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이런 제한이 없다면 위에 언급한 6가지 품목을 제외한 밀가루, 쌀, 생선, 고기 등 거의 모든 식재료가 Non GMO인데, GMO로 의심받을까봐 Non GMO라고 표시하면 표시 공간도 부족하고, 소비자에게는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그래서 GMO 수입이 가능한 콩을 주원료로 만든 두부 같은 품목에만, GMO 여부를 표시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최소한의 비의도적 혼입을 인정할지 여부였다. 아무리 Non GMO 콩을 선정해 수입을 해도 극소량의 GMO가 혼입될 수 있는데 그것을 Non GMO라고 표시해도 되느냐는 것이다. 비의도적 혼입이기 때문에 통제가 불가능하고, 아무리 여러 번 0%였어도 언제 0.1%라도 혼입될지 모르므로 그 동안은 Non GMO의 표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식약처는 다른 식품에는 0%라는 것이 보장되기 전에는 비(non), 무(free) 같은 표시를 할 수 없는데, GMO만 예외적으로 그 범위를 넓혀주려 하는 것이다. 이것으로 GMO 표시에 대한 논란이 마무리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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