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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짜리 코로나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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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 개학을 앞두고 선생님들은 '2월앓이'를 한다. 졸업식, 생활기록부 마감, 진급, 반편성, 업무분장, 교실배치 등으로 지난해 맡았던 아이들을 보내느라 앓고 새 학기를 준비하느라 앓는다. 여기에 학교까지 옮겨야 하면 긴장감마저 커진다. 21년 넘게 교사로 살아온 나도 예외가 아니다. 며칠을 이렇게 보냈더니 몸살기운이 돌며 열이 나기 시작했다. 이튿날 바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 먹었는데 낮에는 멀쩡한 것 같다가도 저녁이면 다시 열이 올랐다.
이 시기 열만큼 무서운 게 없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 지역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지역 보건소는 검체를 모아 서울에 보내서 검사한 후에 결과를 받는다. 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빨라야 이틀이고 늦으면 사나흘 정도 걸리니 빠른 검사 결과를 원하면 자체검사를 하는 대학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아야 한다. 대학병원 선별진료소에 들어서니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검사만 따로 할 수 없고 혈액검사를 같이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음압병실에 들어가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혈액검사를 먼저 시작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초음파검사, X-레이검사, 소변검사, 심전도검사까지 따라붙었다. 나는 두 달 전에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으니 코로나19 검사만 받겠다고 했지만 병원 관계자는 방침상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병원 측의 처사에 화가 났지만 지금 상황에 아쉬운 건 나다. 별수 없이 병원에서 안내하는 검사를 받기로 했다. 결국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검체 채취는 이 모든 검사가 끝나고 나서야 이루어졌다. 다 끝난 줄 알았더니 담당의사는 CT촬영을 권했다. 나는 호흡기질환자나 중증환자도 아니고 고열이 지속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검사를 해야 하냐며 더 이상의 검사는 받지 않겠다며 퇴원해서 자가격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퇴원 수속을 하고 간호사가 건넨 카드영수증에는 진료비가 30만원 가까이 찍혀 있었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애쓰는 의료진의 노고는 늘 고마웠지만 오늘과 같은 병원 측의 무리한 검사방식에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며 병원을 나섰다.
차를 몰고 새벽 5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와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정오에 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했으니 한숨 자고 일어나면 될 것 같은데 침대에 몸을 누여도 잠이 오지 않았다. '만약 내가 확진이라면…' 온갖 불길한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동안 만나왔던 사람들, 입대를 코앞에 둔 아들, 고생할 가족들, 개학을 하고도 바로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그려지며 두려웠다. 누웠다 앉았다 서성이기를 몇 번을 되풀이해도 시간은 참으로 더디게 흘렀다. 음성, 이 두 글자를 안내받고 나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겨우 눈을 붙일 수 있었다.
여느 해보다 힘든 2월을 보내며 알게 된 것이 있다. 지역별, 진료소별 천차만별인 검사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 지방에도 자체검사를 할 수 있는 곳을 늘려 결과를 빨리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을 이용하여 과잉진료를 유도하는 병원이 있는지 철저히 조사해서 밝혀야 한다. 재난지원금도 좋지만 모든 검사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코로나19에 떨고 있는 국민들을 과잉진료로 부담을 주며 울려서는 안 된다. 부담 없는 검사와 백신 접종은 같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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