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로미오-줄리엣, 부활의 듀엣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세후엔카스 물개구리(Sehuencas water frog)'는 볼리비아 고산 습지에 서식하는 희귀 양서류로, 2008년 수컷 한 마리가 코차밤바(Cochabamba) 자연사박물관 연구팀에 의해 포획된 이래 10년 넘게 단 한 번도 야생에서 목격된 바 없는 멸종 위기종이다. 연구진은 '로미오'란 이름을 붙인 수컷의 배필을 찾아 집요한 탐색 작업을 벌여왔다. 수명(약 15년)이 다하기 전까지, 생식 능력이 사라지기 전까지 암컷을 찾지 못하면, 종이 멸종할 위기였다. 연구소 포접만이 서식지 파괴와 치명적인 양서류 피부병의 원인균인 항아리곰팡이의 위협으로부터 종을 구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길이었다. 아직 양서류 정자 냉동 및 인공수정은 시도된 바 없다.
연구진이 볼리비아 고산 운무림(cloud forest)에서 동종 개구리 수컷 세 마리와 암컷 두 마리를 찾는 데 성공한 건 2019년 1월이었다. 연구진은 5마리에 대한 면밀한 건강검진과 적응기간을 거쳐 '줄리엣'을 간택했고, 3월 1일 대망의 합방을 감행했다.
노령의 로미오는 10년 동안 단 한번도 들려준 적 없는 미묘한 구애송을 부르며 줄리엣에게 접근, 뒷다리를 버둥거리는 독특한 구애춤으로 줄리엣의 마음을 사는 데 성공했다. 수컷이 암컷 등에 올라타 정액을 주입하는 포접은 10여분 씩 길면 몇 달에 걸쳐 이뤄지며 그 기간 동안 수컷은 거의 식음을 전폐한다. 생물학계가 세후엔카스의 번식 장면을 관찰한 것도 처음이었다. 연구진은 나머지 개체들의 포접 과정도 비교 관찰했다.
종다양성 보존을 위한 국제 연구기구인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에 따르면, 지구 양서류 종 약 40%가 세후엔카스 물개구리와 유사한 원인으로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종의 부활 및 양서류 종 보존에 값진 희망을 안긴 로미오와 줄리엣은 지금도 박물관 수조에서 함께 지내며 각별한 금실을 과시하고 있다고 한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