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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가정 아동 10명 중 4명 "내 이야기 들어줄 사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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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할머니와 사는 초등학생 A(12)군은 지난 한 해 말수가 크게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돼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날 수 없었다. 집에는 컴퓨터나 태블릿PC가 없어 할머니가 쓰던 구형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수업을 들었지만 혼자서는 진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때가 많았다. 할머니가 일하러 가면 점심은 라면 같은 인스턴트 식품으로 때웠다. 평소 드나들던 아동센터마저 문을 닫아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스마트폰을 하며 보냈다.
코로나19 1년, 저소득 가정 아이들 일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23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결연 양육비 지원아동 5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1년간 변화된 아동 일상 확인조사' 결과 보고서를 내놨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간 전국의 초등 4학년부터 고등 2학년까지 학생 가구를 방문해 조사했다.
대상자 3명 중 1명(30.2%)은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소통하기도 어렵고(39.3%), 등교 수업보다 온라인 수업 내용이 너무 쉽거나 혹은 너무 어렵다(39.1%)고 답했다. 컴퓨터·노트북·태블릿PC 등이 부족하거나 사양이 낮아 문제가 생기거나(33.1%) 공부할 공간이 따로 없어 집중하기 어렵다(32.9%)고 했다.
온라인 수업에 가장 필요한 것으로는 절반(53.2%)이 스마트 기기를 꼽았다. 3명 중 1명은 별도 학습공간(36.3%)을, 4명 중 1명은 정규 수업 외 수준별 맞춤형 온라인 수업(25.6%)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맞춤형 온라인 수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읍면 지역 아동에게서 훨씬 높게(31.5%) 나타나 교육 인프라 차이를 드러냈다.
전체 대상자 중 72.1%가 혼자, 혹은 아이들끼리만 남아 있는 시간이 있었다고 답했고, 하루 5시간 이상 혼자 있다는 아이들(18.6%)도 많았다. 초등학생 22.6%가 돌봐주는 사람이 없을 때 어려움을 느낀다고도 응답했다.
식사는 10명 중 7명(69.2%)이 혼자 차려 먹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주로 내가 알아서 먹는다’(19.7%), ‘항상 내가 알아서 먹는다’(9%) 비율도 적지 않았다. 도시락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0.3%에 불과했다. 혼자 챙겨 먹다보니 ‘주로 인스턴트 식품을 먹는다'가 21.9%, ‘항상 인스턴트 식품만 먹는다’는 3.9%를 차지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으로 친구나 교사 등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39.1%)을 꼽았다. 영양이 풍부하고 다양한 반찬이 있는 식사(26.7%), 외부기관 프로그램 이용(25.2%)이 뒤를 이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청소년기는 사회성 발달에 중요한 시기"라며 "코로나19로 외부와의 단절이 장기화하면 아동 코로나블루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으니 아동에게 신뢰감과 유대감을 줄 수 있는 전문 상담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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