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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증가 빠르지만, 취약층 우산은 뺏지 말아야

입력
2021.02.24 04:30
27면

송재창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이 2020년 11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0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송재창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이 2020년 11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0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우리나라 가계 빚(가계 신용)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 신용(잠정)’에 따르면 1년간 125조8,000억원이 늘어나 지난해 말 1,726조원을 기록했다. 증가액이 2019년보다 두 배나 많다. 특히 4분기에 44조5000억원이 증가하는 등 하반기에만 90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가계 신용은 금융기관 대출(가계 대출)에 신용카드 이용액 등(판매 신용)을 더한 포괄적인 빚이다.

하반기 이후 가계 빚이 크게 늘어난 것은 부동산과 증시 과열에 따른 이른바 ‘빚투ㆍ영끌’의 영향이 적지 않다. 하지만 증가액 중 상당 부분은 ‘거리 두기’ 장기화에 따른 ‘생계형’이다. 통계청ㆍ한국은행ㆍ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20년 가계금융 복지 조사’에서 소득별 부채 증가율을 보면 1분위(8.8%)와 2분위(8.6%)가 5분위(5.3%), 4분위(1.4%), 3분위(3.0%)보다 월등히 높았다. 또 가구주 연령대별로 부채 증가율은 30대와 29세 이하의 증가율이 각각 13.1%, 8.8%였는데, 이는 50대(6.4%), 40대(6.0%)와 큰 격차를 보인다. 지난해 3월까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지만, 최근 가계 부채 증가가 경제 위기에 취약한 저소득층과 젊은층을 중심으로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 당국은 3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등 가계대출 규제를 더 강화하려 한다. 그런데 가계부채 증가의 많은 비중이 경제 취약 계층이 차지하고 있음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13일 동일한 규제 강화가 있었지만, 가계 빚 증가 속도는 늦추지도 못한 채 저신용 계층을 제도권 금융의 보호 우산에서 사금융으로 내몰았다.

거품 우려가 커지는 부동산과 증시에 빚을 내 뛰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DSR와 같이 상환 능력을 기준으로 한 규제보다 정밀한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 동시에 생계형 대출에 대해서는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지금보다 더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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