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의사만"…의료법 개정안 뭐기에 민주당·의료계 날 세우나

입력
2021.02.22 13:30
'의사면허 규제'에 대한 민주당·의료계 대치점 5가지  
민주당 "의사 특권 바로잡는 기회, 과거에 있던 조치"
의료계 "의사면허 강탈, 규제 지나쳐 진료에도 영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332명을 기록하면서 일주일 만에 300명대로 감소한 22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의사단체의 대립이 극에 달한 가운데, 양쪽 모두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의료법 개정안은 중대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실형을 받으면 일정 기간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게 골자다. 현행법은 취소 사유를 직무상 범죄로 제한했다. 실형이 집행되면 5년 동안 면허가 취소되며, 집행 유예는 2년, 선고 유예의 경우 유예 기간 동안 취소된다. 다만 의료행위 중 업무상 과실치상죄, 의료사고나 의료분쟁의 경우는 제외했다.

이번 주 후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라 의료법 개정안 처리는 눈앞으로 다가왔다. 의사단체는 법사위를 통과할 경우 총파업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도 협조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21일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정공동위원회 2차회의에서 권덕철(왼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념촬영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일부 부도덕한 의사들로부터 진료에 전념하는 선량한 의사를 지키기 위한 법이라며, 의사들의 잘못된 특권을 바로잡을 기회란 입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정부가 의사들의 면허를 강탈하려고 한다며 지나친 압박감을 느낀 의사들의 의료 행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과 의료계가 대립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갑론을박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양쪽의 주장을 정리했다.

22일 라디오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민주당에선 국회 보건복지위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고영인(CBS 김현정의 뉴스쇼)·박주민 의원(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의료계에선 김해영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김대하 의협 대변인(CBS 김현정의 뉴스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발언이다.


①교통사고도 면허 박탈 사유?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의료인 보호와 사기진작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의료계는 고의성 없이 실수로 위법 행위를 저질렀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건 부당하다고 반발한다. 무엇보다 교통사고로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면허를 취소하는 건 해도 너무하다는 입장이다.

김해영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교통사고 등 과실범까지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된다"고 비판했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저희가 법을 잘 모르거나 의도적으로 어긴 것이 아닌데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면 이게 과연 안전한 의료 환경을 만들거나 의료인의 윤리의식 고취와 어떤 관련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교통사고로 형사처벌을 받는 건 그만큼 문제가 심각한 사안이기에 취소할 만한 사유가 된다는 입장이다.

김성주 민주당 보건복지위 간사는 "매년 수십만 건이 발생하는 교통사고 중 실제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는 5% 미만"이라며 "예를 들어 운전하다가 무단횡단한 보행자를 치어 사망케 한 경우 벌금이 700만원이다. 극히 일부이며, 실제 발생할 수 없는 사례를 들어 과도한 입법이라고 하는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고영인 민주당 의원은 "판사들이 금고 이상의 형을 때리는 건 중대범죄로 보는 것"이라며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피해자가 장애나 평생 불구가 되는데 이걸 경범죄로 보는 게 오히려 비상식적인 것이 아니냐"라고 따졌다.


②유신체제 때 강력한 규제가 부활?

이낙연(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의료계가 과도한 입법이라고 보는 건 유신체제 때나 했던 규제를 다시 부활시키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은 민주정권 이후 존재했던 법이며 의사들이 그동안 특혜를 받은 것이라고 비판한다.

김해영 이사는 "유신체제하에서 1973년 전면 개정안이 만들어졌다. 남북 경쟁 체제 속에 반공 이데올로기로 무장시켜 공무원처럼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의료법"이라며 "자격 정지 사유만 있어도 면허와 자격을 취소시키려고 한다"고 반발했다.

김성주 간사는 이에 대해 "원래 모든 범죄의 경우 의사면허 자격에 제한을 두는 법이었는데 2000년(의약분업 때)에 개정하면서 직무 관련 범죄로 좁힌 것"이라며 "그러나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는 (면허 취소 사유가) 모든 범죄로 다 돼 있다. 변호사는 영구 면허 박탈도 있는데 이게 더 과한 것이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③변호사처럼 일괄 규제, 변호사와 의사는 다르다?

18일 오전 울산시 중구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1~4학년 학생들과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수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의료진이 우는 아이를 달래고 있다. 뉴스1

의료계는 변호사와 의사의 직업윤리, 이들 직군에 대한 규제 목적이 다른데, 변호사와 의사를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전문직업 중 그동안 의사만 특혜를 받아왔기에 다른 직군과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의사가 특권을 계속 누리려고 한다며 의사단체만 반발하는 게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김해영 이사는 "직업에 지장이 없다면 제한하지 않는 게 일반적 형태"라며 "변호사 같은 경우 법질서를 수호하는 직업이니 (모든 형량을 면허 박탈 사유로 삼는 게 맞지만), 의사는 의료법 1조에 따라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사명이 있으니 이걸 위해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모두 법률과 관련된 업무를 다룬다"며 의사와 다른 전문직업군의 잣대가 다른 이유라고 강조했다.

최대집(왼쪽) 대한의사협회장이 20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16개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에 앞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김대하 대변인은 "변호사 한 분이 헌법재판소에 '왜 의사와 다르게 변호사는 광범위하게 자격을 박탈당해야 하느냐'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며 "2019년에 나온 판례인데, 변호사는 의사와 달리 인권 옹호, 사회 정의 실현을 하기 때문이라고 합헌 판결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직군은 다르다는 걸 헌재 판단은 물론 법제처가 내놓은 법령 입안 심사 기준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성주 간사는 "의료란 특수성을 고려해 지나치지도 않고 적지도 않은 형평 입법을 했는데 유독 왜 의사협회만 반발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의사협회나 간호사협회는 조용하다"고 말했다.

고영인 의원은 "대다수의 전문직업들은 그동안 (금고형 이상에 대한 면허 취소를) 해왔다"며 "의료계만 예외적으로 둔 것을 이번에 정상화시켰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의원 역시 "제가 변호사니까 실제 변호사 직군의 경우 이 조항을 갖고 문제를 삼거나 이 케이스가 적용돼 결격이 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며 "오히려 이런 조항을 둬 국민이 변호사에 대해 윤리의식과 책임감이 높은 사람으로 신뢰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④심사위원회에서 자율적으로 심사하는 게 맞다?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뉴스1

의료계는 의사의 면허 취소 여부는 전문기구에서 심사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입법 취지대로 의사의 윤리 의식을 고취시키려고 한다면 의사 자격 심사위원회가 심사 기준을 강화하면 된다고 맞선다.

김해영 이사는 "외국에선 전문자격을 별도로 자율적으로 심사하는 기구가 있고, 굉장히 강력한 규제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심사위원회가 그동안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보여 의사 면허 적격성 심사를 맡길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김성주 간사는 이에 "심사위원회가 대부분 의사로 구성돼 있고, 취소된 면허를 다시 교부하는 심사에서 지금까지 탈락한 사례가 거의 없다"며 "너무 지나쳐 규제해야 되는 것 아니냐, 엄격히 심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은 또한 "의료인들의 면허를 완전히 박탈하는 게 아니다"라며 "일정 기간에만 결격이 발생해 의사를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⑤집단 진료 거부에 대한 보복 입법?

지난해 9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뉴스1

의료계는 이번 입법이 의료계 길들이기 차원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 진료거부를 해 논란이 됐는데, 여당이 이에 대한 보복성으로 의료법을 개정한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며 선을 그었다. 의료계가 집단 진료거부를 벌이기 전에 발의된 법안이고, 이미 정치권에서 오래전부터 논의해 온 사안이라는 것이다.

김성주 간사는 이에 "이 법은 지난해 6·7월에 이미 다 나온 법안"이라며 "의협에선 작년 8월 집단 진료거부에 대한 보복이라고 하는데 국회의원들이 그걸 미리 예상해 법안을 냈겠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여야 합의로 8개월 동안 토론해왔고, 부당하다고 하면 왜 국민의힘이 같이 합의를 했겠느냐"고 말했다.

고영인 의원은 "백신 접종 시기에 왜 이런 법안을 처리하느냐는 지적이 있는데, 오히려 정치적 고려를 하면 (법안에 대한) 순수성이 떨어진다"며 "정상적 절차에 맞춰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주민 의원은 "2000년 의약분업 전까진 이런 형태의 법이 있었다. 옛날 걸 살리는 것"이라며 "21대 국회 들어와 새로 생긴 게 아니라 20대 국회 때도 이런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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