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뗀 K배터리 대여 사업… 중국은 이미 '전력질주 중'

입력
2021.02.22 20: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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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이제 실증 사업 MOU 맺고 시작 단계
중국은 이미 20여개 업체가 도입·확산 경쟁 중
중국 정부 법안 개정해 차·배터리 분리 등록 길 열어
"한국 정부 법규 제정 등 실질적 지원 전무" 비판도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니오의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 '파워 스왑'. 완전 충전된 배터리를 교환하는데 3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니오 제공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니오의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 '파워 스왑'. 완전 충전된 배터리를 교환하는데 3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니오 제공

미래 전기차 생태계 조성에 핵심으로 꼽히는 이른바 'BaaS(Battery as a Service)' 산업에서 한국과 중국의 격차가 상당히 벌어져, 향후 전기차 기술 국제 표준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배터리 대여, "전기차 대중화에 필수"

22일 업계에 따르면, BaaS 산업 육성은 전기차 확산에 반드시 선결돼야 할 과제다. 단순히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을 넘어, 배터리의 생애주기 전체를 관리해 효율성을 높이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BaaS는 배터리의 충전·수리·대여·재활용 등을 포괄하는 일종의 플랫폼 사업으로, 테슬라의 급성장에 혁혁한 공을 세운 충전소 사업도 BaaS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최근 주목받는 BaaS 산업은 배터리 대여 사업이다. 소비자는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없다면 아직 전기차 구매가 부담스럽다. 하지만 배터리 대여 사업이 정착되면 통상 전기차의 40%에 달하는 배터리값이 절약돼 구매를 촉진할 수 있다. 소비자는 일정 금액의 전기차 배터리 대여료를 매달 납부하면 된다.

지난 18일엔 정부와 산업계가 택시 사업자를 대상으로 전기차 배터리 대여 실증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택시 사업자는 저렴한 비용에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고, 배터리 사업자는 반납된 사용 후 배터리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만들 계획이다.

정부와 업계 함께 달리는 중국

하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한국과 달리, 중국의 배터리 대여 사업은 정부의 전폭 지원 아래 일취월장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 완성차업체 지리자동차는 이달 2일 충칭시 고속도로 5개 휴게소에 교체식 스테이션 10곳을 개소했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충칭고속도로그룹과 협약을 체결한 지리자동차는 전기차의 장거리 주행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충칭시 고속도로 휴게소에 전기차 배터리 교체소 40곳을 건설할 계획이다.

배터리 교체식 스테이션은 전기차의 최대 불편 요소인 충전시간 제약을 없애는 플랫폼이다. 현대차는 23일 공개 예정인 '아이오닉 5'의 경우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18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기존 전기차 모델은 충전에 1시간 가량을 소모해야 한다.

그러나 배터리를 교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3분이어서 '혁신적인 플랫폼'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중국에서는 20개 이상 기업이 교체식 스테이션 도입과 확산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국의 배터리 대여 사업 활성화에는 정부의 발빠른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중국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차량과 배터리를 분리 등록할 토대를 마련했다. 이에 니오, 베이징자동차 등은 배터리를 탈부착할 수 있는 전기차를 이미 출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의 지원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배터리 교체 방식과 급속 충전 기술이 경쟁하는 모양새지만,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이 배터리 교체·대여 시장 인프라를 구축하면 글로벌 전기차 회사들도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국제 표준으로 자리잡게 될 가능성도 큰데, 한국 정부는 관련 법규 제정 등 실질적 지원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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