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불신 해소 위해 "文부터 맞으라"는 野, "文이 실험대상이냐"는 與

입력
2021.02.2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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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유통 제2차 범정부 통합 모의훈련이 열린 19일 오후 서울 관악구보건소에서 관계자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전용 냉장고에 넣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유통 제2차 범정부 통합 모의훈련이 열린 19일 오후 서울 관악구보건소에서 관계자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전용 냉장고에 넣고 있다. 뉴스1


26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접종이 시작되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맞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권에서 나오자 여당 일각에서 “모독”이라며 발끈했다. AZ백신을 둘러싼 불신과 우려를 대통령이 먼저 접종함으로써 해소하자는 요구에, 여당 일부 의원이 “국가원수가 실험 대상”이냐고 반발한 것이다.

AZ백신의 1호 접종자를 문 대통령으로 선정하자는 제안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제기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 '백신 불안감이 높아지면 먼저 맞는 것도 피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말을 지킬 때가 왔다”며 “대통령이 먼저 맞아 국민의 불신을 덜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AZ백신 1차 접종 대상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만 65세 미만 입소자 및 종사자다. 원칙적으론 68세인 문 대통령은 1차 접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유 전 의원이 문 대통령을 1호 접종자로 제안한 건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자는 취지에서다. 최근 정부가 고위험 시설 65세 이상에 대한 AZ백신 접종을 유보하면서 AZ백신의 효과와 안전성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우려가 커지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AZ백신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힐 정도였다.

이 제안에 여당이 “국가원수가 실험대상이냐”고 발끈하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이 백신 주사를 먼저 맞으라는 건) ‘초딩 얼라’보다 못한 헛소리”라며 “국가원수에 대한 조롱이자 모독”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문 대통령이) 먼저 맞으면 국민들 제쳐두고 특혜라고 주장하고, 사고라도 나면 고소해 할 것인가”라며 “국가원수가 실험대상인가. 국가원수는 건강과 일정이 국가기밀이고 보안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문 대통령을 모욕하는 건 대통령을 뽑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도 했다.

정 의원의 반응은 야권의 재반박을 낳았다. 국민의힘 전략실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들이 백신의 안전성과 집단방역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주고 안심시키기 위해 백신접종을 앞다퉈 선도하고 있다”며 "백신이 안전하다면 대통령의 1호 접종은 오히려 청와대가 나서 추진할 일인데도 대통령이 실험 대상이 아니라며 발끈하는 정 의원의 헛소리야말로 스스로 AZ 백신의 위험성을 자인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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