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ㆍ금융위 '미래 금융' 관할권 다툼, 볼썽사납다

입력
2021.02.22 04:30
27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과 이주열 한은 총재(왼쪽 세번째)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앞서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이한호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과 이주열 한은 총재(왼쪽 세번째)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앞서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이한호기자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에 상정된 개정안은 금융위를 관할하는 국회 정무위 윤관석 위원장이 발의해 주로 금융위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자지급거래 청산업 신설, 금융위가 금융결제원 등 청산기관 감독 권한을 갖는 조항이 포함됐다. 그러자 한은은 개정안이 한은 고유업무를 침해하고, 금융거래에 관한 ‘빅브라더법’이 될 수 있다며 공개 비판에 나섰다.

한은의 빅브라더법 비판은 개정안이 네이버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업체들에게 고객의 모든 거래정보를 금융결제원에 의무적으로 제공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경우 금융위는 금융결제원 감독권을 근거로 해당 거래정보에 임의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게 한은 주장이다. 반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사건이 있을 때 금융당국이 법에 따라 자료를 받아 거래사항을 보려는 것일 뿐”이라며 법원 영장을 받아 검찰이 통신기록을 보는 것에 비유했다.

문제는 두 기관의 갈등이 빅브라더 논란보다는 해묵은 관할ㆍ감독권 다툼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은은 지급결제제도 운영ㆍ관리를 중앙은행 고유 업무로 본다. 따라서 개정안이 금융결제원을 전자지급거래 청산기관으로 지정해 관리ㆍ감독할 경우, 중앙은행 업무를 침해한다고 본다. 반면 금융위 등은 “빅테크 등 비은행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지급결제제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서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협업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두 기관으로선 빅테크 금융 관리ㆍ감독권을 누가 갖는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특히 금융테크 변화에 맞춰 중앙은행 고유의 기능과 역할을 합당하게 유지하는 건 ‘밥그릇 싸움’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관 간 갈등으로 법안이 표류할 경우, 빅테크 등 디지털금융 발전에 걸림돌이 될 우려가 크다. 그런 점에서 25일 진행될 국회 차원의 공청회를 통해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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