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AZ 맞고 2차는 他백신… '혼합 접종', 거부자 인센티브로 활용 가능성

입력
2021.02.21 17:30
수정
2021.02.21 19:4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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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스푸트니크 V와 결합 접종' 임상시험 시작"
AZ 불신에 獨, “나중에 화이자 맞으면 돼” 유인

한 의료종사자가 독일 동부 할레 지역의 한 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주사기에 넣고 있다. 할레(독일)=AFP 연합뉴스

한 의료종사자가 독일 동부 할레 지역의 한 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주사기에 넣고 있다. 할레(독일)=AFP 연합뉴스

추가 접종 때 처음과 다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투여하는 ‘혼합 접종’이 대안적 백신 접종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불신하며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견인하기 위한 인센티브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

20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의 개발 지원과 해외 생산ㆍ공급을 담당하는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가 이날 트위터를 통해 “AZ 백신의 2차 접종용으로 스푸트니크 V를 이용하면 두 번째 접종을 위해 3개월이나 기다릴 필요가 없다”며 “이미 이런 (결합 접종) 방식의 임상시험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두 이종(異種) 백신 간 결합 접종 시험은 아제르바이잔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3개국에서 100명씩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일단 예정된 기간은 6개월이다. 이르면 올 여름 새 방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혼합 접종 구상은 특정 백신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키는 데 유용하다. 그런 용도에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나선 나라가 독일이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은 이날 화상으로 연 시민과의 대화에서 AZ 백신 주사를 먼저 맞은 뒤 나중에 화이자ㆍ바이오엔테크나 모더나 등 다른 제약사 백신을 추가로 맞는 게 “아무 문제 없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가 하고 싶은 말은, 상대적으로 효과가 떨어지는 백신이라도 일단 맞는 게 아예 안 맞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이다. 지금 독일인들 사이에서는 좀 기다리더라도 AZ 백신보다 예방 효과가 나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접종 받겠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 3상(단계) 임상시험 결과 확인된 AZ 백신의 평균 면역 효과(70.4%)가 화이자(95.0%)와 모더나(94.1%)보다 약했다.

더욱이 독일 정부가 65세 이상은 AZ 백신 접종 대상에서 빼 버렸다. 해당 연령층 대상 효과가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터에 불신까지 겹치며 65세 미만 최우선 접종 대상인 일선 의료종사자들까지 AZ 백신을 기피하는 바람에 현재 공급돼 있는 74만회분 중 63만3,000회분이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이런 수요 불균형 타개 해법이 혼합 접종 발상이다. 감염 예방 효능이 비교적 떨어지는 AZ 백신이라도 감염됐을 경우 중증으로 악화하는 건 확실히 막을 수 있는 데다, “AZ 백신이 불러일으킨 면역성을 다른 방식의 백신으로 아무 문제 없이 더 강화할 수 있다”(카르스텐 봐츨 독일 감염병학회 사무총장)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문제가 없는 것은 물론, 혼종 방식의 면역 효과가 오히려 더 뛰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각각 스푸트니크 V 및 AZ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와 영국 측은 각 백신을 한 번씩 접종하는 방식을 통해 면역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백신 접종 가속화를 통해 최대한 빨리 집단 면역에 도달하는 게 최선이다. 백신 접종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이스라엘이 백신을 맞은 이들에게 표시로 ‘초록 배지’를 발급, 대외 활동을 일부 허용하려는 것도 혼합 접종처럼 미접종자를 신속히 줄이려는 취지의 시도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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