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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호' 얼마에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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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승리호’가 지난 5일 넷플릭스에서 첫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한류 스타 송중기와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이 출연한 영화라 제작 단계부터 눈길을 끌었던 영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극장 개봉을 미루다 어쩔 수 없이 넷플릭스행을 택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승리호’는 공개 직후 26개국 넷플릭스 영화 순위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조사 방식에 대한 의문이 있어도 ‘승리호’가 세계적 화제작임은 분명하다.
‘승리호’를 보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얼마를 지불했다고 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를 이용하려면 한 달에 적게는 9,500원, 많게는 1만4,500원을 내야 한다. 주말 영화관 입장권은 1장당 1만3,000원이다. ‘승리호’ 하나만을 보기 위해서라도 9,500원은 낼 만하다. 넷플릭스 가입 후 ‘승리호’만 볼 이용자는 없을 것이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를 볼수록 ‘승리호’의 ‘넷플릭스 관람료’는 더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가입 후 첫 한 달간은 무료다. ‘승리호’만 보고 바로 가입을 취소하면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승리호’의 제작비는 240억원이다. 영화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중국을 제외한 ‘승리호’의 전 세계 상영 판권을 310억원에 구입했다. 영화사는 70억원을 남겼으니 만족할 만한 거래일까. ‘승리호’ 같은 대작은 국내 관객 1,000만명 이상을 목표로 해 만들어진다. 1,000만 영화의 극장 매출은 1,000억원대다. 제작사와 투자배급사가 반 가량인 500억원 정도를 가져간다. ‘승리호’는 제작비를 제하고 극장에서만 200억원 이상을 남길 생각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해외 수출과 주문형비디오(VOD) 같은 부가판권 시장의 수익은 별도다. 극장 상영이 대박을 보장하진 않지만 고위험을 감수하며 고수익을 노리는 게 영화 비즈니스의 속성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손실을 안 본 게 어디냐고 하겠지만 ‘승리호’ 제작 관계자들에게는 아쉬움이 짙게 남을 만하다.
넷플릭스 입장에선 어떨까. 할리우드에서 310억원은 저예산에 가깝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의 제작비는 1억달러(약 1,100억원)로 알려져 있다. 우주 관련 장면이 잠깐 나오는 영화다. 송중기와 김태리가 우주에서 활극을 펼치는 ‘승리호’는 가성비가 매우 높은 셈이다. 넷플릭스로선 꽤 적은 돈으로 전 세계, 특히 아시아에서 유료 가입자를 늘릴 수 있게 됐으니 남는 장사다.
영화계는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넷플릭스 종속이 고착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제작비보다 조금 높은 ‘납품가’를 받아서는 영화산업 경쟁력이 유지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관객들은 극장 관람보다 저렴하게 대작 ‘승리호’를 즐길 수 있었다지만 영화사는 흥행몰이에 따른 자본축적 기회가 사라졌다.
지난 16일에도 영화인들이 우울해 할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영화 ‘낙원의 밤’이 극장 상영을 건너뛰고 넷플릭스로 직행한다는 발표였다. ‘낙원의 밤’은 ‘신세계’(2013)와 ‘대호’(2015), ‘VIP’(2017), 마녀’(2018) 등을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으로 영화계 안팎의 기대를 모았다. 모든 사람이 영화를 반드시 극장에서 보고 싶어하진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좋은 영화는 자본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경쾌한 모험극인 ‘승리호’를 집에서 보면서 울적해진 건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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