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19일 국회 상임위에서 논란이 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 조항을 담은 가덕도신공항 특례법을 통과시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필요 시 예타 조사면제, 사전 타당성 조사 간소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사업은 10조원 안팎의 예산 투입이 예상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사업의 정책적ㆍ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예타 조사는 필수적인데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40여일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해 최소한의 검증조차 포기한 정치권의 후안무치함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야당 시절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예타 조사 면제를 비판했던 민주당이 ‘그때는 그때, 지금은 지금’식으로 입장을 바꾼 것도 어처구니 없지만 이날 “아무리 선거가 급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은 지키는 게 좋다”고 공언했던 국민의힘도 결국 민주당의 손을 잡으면서 이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대규모 국책사업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제는 형식적인 절차도 지키려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김해신공항 사업 추진 과정의 법적 하자를 지적한 김해신공항 검증위의 결론을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 자의적으로 해석한 민주당이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국회예산정책처가 비용추계서조차 첨부할 수 없을 정도로 '깜깜이'로 만든 게 대표적이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예타 조사 면제를 이유로 이제는 다른 지역에서도 국책사업의 특혜를 요구해도 거부할 명분이 없어졌다. 대구 경북 지역의 표심을 의식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내심 반대했던 국민의힘은 형평성 차원에서 대구ㆍ경북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추진해 왔다. 이 공항 건설사업은 기존 대구 군공항 부지 매각 비용으로 건설비를 충당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특별법으로 지역주민들의 불만을 무마시키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지역의 표심 잡기에 눈이 멀어 공항특별법을 남발하는 정치권에 국가의 장래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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