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사과에도 '법관 코드 인사’ 불신 커져

입력
2021.02.20 04:30
23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그는 정치권 눈치보기 논란에 대해 이날 사과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그는 정치권 눈치보기 논란에 대해 이날 사과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소추된 임성근 부장판사 사표 거부와 관련한 정치권 눈치보기와 거짓 해명 논란에 대해 19일 사과했다. 그는 법원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부주의한 답변으로 큰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하고 사표 거부는 “법 규정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한 판단이었을 뿐 정치적 고려가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18일 서울중앙지법의 재판부 배치에 대해 ‘코드 인사’ 의혹이 번지며 대법원장의 사과는 빛이 바랬다. 재판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 배치 논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맡은 김미리 부장판사(형사합의21부), 사법농단 사건을 담당하는 윤종섭 부장판사(형사합의32·36부)의 유임이다. 이들은 ‘한 법원에 3년, 한 재판부에 2년 근무’ 원칙을 깨고 각각 3년째, 4년째 같은 재판을 심리한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을 향해 “검찰개혁 시도에 대한 검찰의 반격이라는 시각이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었다. 윤 부장판사도 피고인으로부터 기피신청이 접수된 적이 있다. 이런 편향성 논란이 있는데 원칙을 어겨가며 유임됐으니 의도가 있는 인사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래서야 이들이 내릴 판결을 국민과 피고가 공정하다고 믿고 존중할 것인지 걱정스럽다.

사법농단은 피고의 이익을 침해한 것뿐 아니라 재판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흔들어 놓은 해악이 크다. 그런데 최근 김 대법원장의 인사와 처신은 그에 못지 않게 사법 불신을 야기하고 있다. 가뜩이나 야당 등 일각에서 사법부가 여권에 유리한 판결을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터에 그 근거를 제공하는 꼴이다. 김 대법원장은 “정치권 교감이나 부적절한 정치적 고려를 해서 사법의 독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의심스러운 법관 인사에 대해서도 해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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