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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총격에 뇌사 빠진 미얀마 여성 끝내 사망… 성난 민심 폭발 직전

입력
2021.02.19 17:59
10면

반쿠데타 시위 이후 첫 사망자 발생?
주말 대규모 도심 시위 격화 가능성?↑
보도 통제 시작한 군, 경계 태세 강화


19일 숨진 먀 트웨 트웨 킨의 어머니(가운데)가 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슬픔에 잠겨 있다. 네피도=EPA 연합뉴스

19일 숨진 먀 트웨 트웨 킨의 어머니(가운데)가 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슬픔에 잠겨 있다. 네피도=EPA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이 쏜 총탄을 맞고 뇌사에 빠진 20세 여성이 결국 숨졌다. 여성의 죽음은 최근 연일 대규모 시위를 통해 반(反)군부 단일대오를 만들어가던 민심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하지만 군부는 여전히 강경 대응 입장을 고수해 ‘유혈 사태’ 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미얀마 나우 등 현지 매체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앞서 9일 수도 네피도 시위 현장에서 실탄에 머리를 맞아 사경을 헤매던 먀 트웨 트웨 킨(20)이 이날 끝내 목숨을 잃었다. 사건 당시 킨은 경찰 저지선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다 피격 당한 뒤 병원으로 호송됐으나 열흘간 눈을 뜨지 못했다. 킨의 죽음을 예감하고 생명유지장치 제거에 동의했던 유족은 "슬프다"는 말만 되뇌었다.

미얀마 만달레이 외국어대 학생들이 19일 사망한 킨의 사진을 들고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만달레이=AP 연합뉴스

미얀마 만달레이 외국어대 학생들이 19일 사망한 킨의 사진을 들고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만달레이=AP 연합뉴스

그의 사망 소식을 접한 미얀마 시민사회는 저항 의식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있다. 킨과 동년배인 대학생들은 이날 오후부터 거리로 쏟아져 나와 고인의 사진을 들고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며 투쟁 의지를 불태웠다. 일반 시민들의 상실감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날 양곤 도심 집회에 참석한 현지인 A씨는 한국일보에 “젊은 청년들이 확성기를 들고 ‘또 다른 킨이 나와서는 안된다’ 등의 구호를 외치자 시민들 모두 크게 호응했다”고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참가자는 벌써부터 군의 진압을 피해 주말에 모일 대학가 광장 등 새로운 시위 장소를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미얀마 경찰이 19일 양곤 도심으로 향하는 주요 길목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시민들의 행진을 불허하고 있다. 양곤=EPA 연합뉴스

미얀마 경찰이 19일 양곤 도심으로 향하는 주요 길목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시민들의 행진을 불허하고 있다. 양곤=EPA 연합뉴스

갈수록 악화하는 민심에 군부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쿠데타 지휘부는 이날 경찰력을 동원해 양곤 슐레 파고다 등 주요 집회장소로 가는 길목을 바리케이트로 차단하는 한편, 물대포 차량 등 진압 장비도 계속 증원하고 있다. 특히 군부는 대도시와 서부 라카인주(州) 등 시위 강도가 세지고 있는 지역에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통제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시위 현장 기사가 민심을 결집하는 핵심 수단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군부는 최근 각 언론사에 ‘가짜뉴스나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의 협박성 공문을 내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매체 이라와디의 수석기자인 헤테 나잉 자우는 “군부의 보도 검열을 받아들이는 기자는 한 명도 없다”면서 언론계 집단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군부의 ‘쿠데타’ 용어 사용 금지 지침에 반발해 이미 사표를 던진 현지 최대 매체 미얀마타임스 기자 13명은 전날부터 ‘언론 자유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 대열에 합세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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