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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괴담, 공동체의 적

입력
2021.02.21 22:00
수정
2021.02.22 06:39
27면
영화 '말아톤' 스틸컷.

영화 '말아톤' 스틸컷.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영화 '말아톤'을 본 많은 관객은 호기심 많은 '초원'이가 얼룩말 무늬의 치마를 입은 여성의 엉덩이를 만진 후에 두들겨 맞고 나서 외치던 이 말에 가슴 아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일탈 행동을 할 때마다 아이를 감싸기 위해 울부짖던 엄마의 말을 자폐아가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다.

자폐증(autism)은 그리스어로 '자신'을 뜻하는 'autos'에서 유래된 말로 한자어로는 自閉症 즉 '자신을 스스로 닫는다'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처음 명명한 의사의 이름을 따서 카너 증후군(Kanner syndrome)이라고도 불리지만 미국정신의학회가 제시한 DSM-5의 진단분류기준에 의하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로 진단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 능력이 잘 형성되지 않으며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보인다는 것이다. 지적 발달이 지연되고 자해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물 치료를 받게 되기도 한다. 아쉽게도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없으며 영화 '말아톤'의 초원이 엄마처럼 아이가 잠재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돌보는 것이 최선의 노력일 뿐이다.

자폐증을 앓는 아이를 둔 부모가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은 도대체 원인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뇌의 기질적인 병변이라는 너무나 분명한 사실을 제외하면 왜 하필 우리 아이가 이런 병에 걸렸는지 대답해 줄 수 있는 전문가는 이 세상에 한 명도 없다. 만약 자폐증의 원인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거나 완치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사기꾼이거나 비과학적인 사이비 교주일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영국의 내과 의사였던 앤드루 웨이크필드(Andrew Wakefield)는 유명한 의학 잡지인 란셋(Lancet)에 'MMR 백신'을 맞은 아이 12명 중 8명이 자폐증으로 진단받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예전에 많은 아이의 목숨을 앗아갔던 홍역, 이하선염, 풍진을 예방하기 위해 개발된 백신으로 현재는 당연히 맞아야 하는 필수예방접종 중의 하나이다. 나중에 이 논문은 가짜로 밝혀지면서 게재 자체가 취소되었지만 많은 부모는 아기를 위한 백신 접종을 거부하였고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환을 다시 유행시키는 불행한 사태를 초래했다. 아울러 백신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는 잘못된 선례를 제공하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집단 면역(herd immunity)을 형성해 지긋지긋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끝내는 유일한 해결책(game-changer)이라는 것은 이 분야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백신 접종은 거부하면서 집단 면역이라는 공동의 이익에 편승하려는 무임승차(free-riding)도 문제지만 백신 괴담을 부채질하는 불안감 조장은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가 언급했던 공동체 감각에 상당한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

반면 다른 나라에 비해 백신접종의 일정이 늦어진 것은 아쉽지만 이제라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지프 나이(Joseph Nye)가 제시한 소프트 파워(soft power)의 개념처럼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이 필요하다. 강제적인 접종은 오히려 불필요한 공포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박종익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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