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백신도 남아공 변이엔 효과 뚝↓ ...  "그래도 맞는 게 낫다"

입력
2021.02.18 19: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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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북부 수크레주 신셀레호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간호사가 이 나라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콜롬비아는 화이자 백신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시작했다. 신셀레호 로이터=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북부 수크레주 신셀레호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간호사가 이 나라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콜롬비아는 화이자 백신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시작했다. 신셀레호 로이터=연합뉴스


화이자 백신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 바이러스에는 효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른 백신도 유사한 결과가 나온 바 있어 남아공 변이 대응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18일 외신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개발한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미국 텍사스주립대 의대와 함께 남아공 변이와 같은 특성을 가진 바이러스를 배양해 자사 백신을 맞은 사람들의 혈액에 처리해본 결과 중화항체가 기존 바이러스에서보다 3분의 2 정도 줄었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국제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실렸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와 결합해 바이러스가 세포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무력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백신 접종 후 체내에 중화항체가 충분히 생겨야 예방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중화항체가 감소했다는 건 그만큼 백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화이자 백신이 남아공 변이를 얼마나 막을 수 있는지 임상시험으로 직접 확인한 건 아니지만, 화이자는 변이에 대응하기 위해 백신을 일부 수정하거나 추가 접종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남아공 변이에 맥을 못추는 건 다른 백신들도 마찬가지다. 모더나는 남아공 변이에 대해 자사 백신의 중화항체 수준이 약 6배 떨어진다는 결과를 NEJM에 발표했다. 앞서 노바백스와 얀센도 남아공 변이에 대한 예방 효과가 각각 60%, 57%에 그쳤다고 밝혔다. 기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89%, 72%)보다 훨씬 낮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62%에 달하던 효과가 남아공 변이에는 20%까지 뚝 떨어졌다. 대부분의 백신이 영국 변이에는 여전히 효능을 발휘하는 것과 대조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17일 기준 남아공 변이 감염자가 모두 13명이다. 변이 감염자 99명 가운데 10% 수준인 셈이다. 하지만 전파력이 더 강한 변이의 특성상 감염자가 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도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영국과 남아공 변이를 연구기관에 분양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효능 저하에도 불구하고 일단 백신을 맞으라고 권했다.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예방 효과가 떨어져도 일단 접종하면 감염된 뒤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만큼은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 교수도 백신을 완벽하게 회피하는 변이가 등장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 경우 백신을 맞아봐야 소용이 없어서다. 그런 만큼 강력한 변이가 등장하기 전 백신 접종을 서둘려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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