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북핵 정책 조율, 본질을 고민해라

입력
2021.02.21 04:30
수정
2021.02.21 16:18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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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미 정상·외교장관 통화가 있었다. 통화 내용과 관련한 양측 발표에 차이는 있지만, '북핵 문제 조율 필요성'에 공감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양국의 향후 조율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기본적인 북핵 접근법은 실무 중심의 상향식이다. 동시에 동맹 및 중국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강한 제재·압박으로 단계적 협상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핵 능력 축소에 동의하면 북한 최고지도자를 만날 수도 있다"고 했지만 거꾸로 보면 비핵화 진전이 없으면 안 보겠단 얘기다.

따라서 핵 능력 전모를 숨긴 채 일부만 내놓고 버티고 있는 북한을 상태로 어떻게 비핵화를 관철할지가 미국의 고민일 것이다. 체제 안전 등 북한의 관심사를 통찰하는 협상 방안도 고려할 것이다.

2년 전 하노이 미·북 정상 회담이 결렬된 것은 '영변 핵 시설 폐기-대북제재 해제' 맞교환이 비핵화라는 미국의 초당적 고민에 대한 답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체제 안전·비핵화·제재 등 세가지 요소가 엉키는 동안 정작 본질인 비핵화는 꼼짝하지 않은 탓이다. 체제 안전 논의가 없는 상황에서 비핵화 조치는 곤란하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었고, 그러다 보니 미국은 제재를 풀어줄 수 없는 교착 상황이었다. 2005년 9·19 공동 성명의 그림자에도 못 미치는 '맹탕'이었던 '북미 싱가포르 합의'를 되풀이할 순 없었으니, 결국 결렬이 뻔한 형국이었다. 비핵화 프로세스의 돌이킬 수 없는 단계니, 돌이킬 수 없는 평화 같은 말들이 실로 공허했던 이유다.

지금도 그런 상황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현 정부가 말하는 대북제재 완화나 남북 경협, 종전 선언은 미국이 찾는 답이 결코 아니다. 비핵화 진전을 위한 한미 간 전략이라도 우선 잡혀야 외교적 인센티브도 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우리 정부가 할 일은 꽉 막힌 현 국면과 전략적 고민을 넘어서기 위한 본질에 대한 '솔직한' 천착이다. 당연히 그에 기반한 미국과의 정책 조율도 뒤따라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쿄든 베이징이든 올림픽 계기 미·북 간 회동은 쉽지 않을 것이다. 만난다 한들 성과가 따라주지 않으니 미·북 관계의 골은 되레 더 깊어질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은 준비 없이 추진된 공허한 만남으로 남았다. 세계 최악의 폭군 중 하나를 미국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하고, 한미연합군사 연습과 경제 압박을 늦춘 대가는 핵·미사일 능력 증대였다. 없느니만 못한 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이 더 이상 없다고 했지만, 안보를 가지고 거짓말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진실을 대하는 최악의 태도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밝힌 이 같은 소회를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장호진 한국해양대 석좌교수(전 청와대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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