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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길 돌고 돌아 고향길로

입력
2021.02.22 04:30
수정
2021.02.22 14:4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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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 외암마을 돌담길 사이로 저녁노을이 지고 있다.

충남 아산 외암마을 돌담길 사이로 저녁노을이 지고 있다.

충남 아산의 나즈막한 설화산 자락에는 기왓집과 초가집이 정겹게 어우러진 전통 마을 외암마을이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집들 사이로 세월이 내려 앉은 듯 이끼 잔득 끼어 있는 돌담들이 우리들을 어린 시절 고향 마을로 인도한다. 예로부터 돌담은 황량한 들판을 논이나 밭으로 개간하면서 캐낸 돌을 쌓아 만들었다. 어지간한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돌담길을 걷다 보니 어린 시절 나를 반겨주던 외할머니의 집을 찾아간 기억이 떠올랐다.

완행 버스를 타고 다시 비포장 시골길 20리를 걸어서 겨우 도착했던 외가는 마을 전체가 미로처럼 돌담에 둘러싸여 있고, 그 위에는 탐스러운 호박넝쿨과 이름 모를 꽃들이 나를 반겼다. 마을 모퉁이를 돌아 대문도 없던 할머니 집을 달려 가면 대청마루에서 곰방대를 물고 잘 보이시지도 않은 눈으로 “거기 누구냐” 하던 외할머니의 얼굴이 지금도 생각난다. 어렵게 마주했던 설 연휴가 1주일이 지났다. 고향을 다녀온 사람도 가지 못한 사람들도 고향이 그리워지는 시간이다. 고향이 그리워질 이맘때쯤 조용한 돌담길을 걸으며 아쉬웠던 고향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충남 아산 외암마을 돌담길 사이로 햇살이 번지고 있다.

충남 아산 외암마을 돌담길 사이로 햇살이 번지고 있다.


돌담에 쌓인 은행잎과 자라난 이끼들

돌담에 쌓인 은행잎과 자라난 이끼들


충남 아산 외암마을 돌담길,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듯이 돌담길에는 이끼가 잔뜩 끼어있다.

충남 아산 외암마을 돌담길,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듯이 돌담길에는 이끼가 잔뜩 끼어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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