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도청사건' 담당 검사였던 박민식 "DJ 때 1800명 감청"

입력
2021.02.18 11:45
수정
2021.02.18 14:27

박민식(왼쪽) 전 의원이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내용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박민식(왼쪽) 전 의원이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내용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예비후보인 박민식 전 의원이 18일 "김대중 정부때 국가정보원 역사상 가장 조직적인 불법도청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관련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6일 국회 정보위에서 "김대중 정부 때 사찰이 없었다"고 주장하자, 당시 불법도청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박 전 의원이 반박에 나선 것이다.

박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에 의한 불법도청은 사법부가 명백히 불법이라고 판결한 사안"이라며 "박 원장이 역사를 왜곡하고 국정원의 비밀 자료를 취사선택해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정원, 첨단 특수장비로 1,800명 통화 도청"

박 전 의원 주장에 따르면 국정원은 김대중 정부 때인 1998~2002년 사이 수십억원을 들여 자체 개발한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인 'R2' 6세트와 휴대전화 감청을 위한 특수 장비 'CAS' 20세트를 이용해 여야 정치인과 기업인, 언론인, 시민단체 및 노동조합 간부 등 1,800명의 통화를 도청했다.

박 전 의원은 구체적으로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들 통화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 통화 △귀순한 북한 인사의 미국 방문 문제 관련 통화 △햇볕정책 반대자들 통화 △김대중 대통령 처조카 통화 △한나라당 의원과 기자 간 통화 △언론사 사장의 정부비판 기사 논조 관련 통화 등이 불법 도청됐다고 했다.

그는 "당시 (수사에서) 국정원 직원 200여명을 조사해 2차장 산하 8국이 불법 행위를 자행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이렇게 취득한 정보는 중요성에 따라 A, B급으로 분류돼 밀봉된 채 거의 매일 국정원장에 보고됐다"고 덧붙였다.


'불법도청' 주임검사로 전직 국정원장 구속기소... 유죄 이끌어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뉴스1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뉴스1


박 전 의원은 당시 국정원이 도청으로 취득한 자료를 청와대에 보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매주 국정원장이 대통령 독대를 했다"며 "그때 여러 자료가 들어갔는데 통신 첩보 자료도 많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수사 당시) 대통령이 (도청 사실을) 알았느냐는 부분은 증거가 없어서 더 수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 전 의원은 2004년 '국정원 불법도청 사건' 주임검사로 김대중 정부 당시 임동원 신건 국정원장을 구속기소했다. 임 전 원장과 신 전 원장은 모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확정판결을 받았으나,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12월 사면됐다.

박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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