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한국 백신 계약량은 세계 14위인데 접종은 '0' ...78개국 이미 접종 시작

입력
2021.02.18 04:30
4면
구독

아라키 가즈히로(新木一弘·왼쪽) 도쿄의료센터장이 17일 도쿄의료센터에서 일본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아라키 가즈히로(新木一弘·왼쪽) 도쿄의료센터장이 17일 도쿄의료센터에서 일본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나라가 78개국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여기에 들지 못했다.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한 양으로 치면 세계 14위로 크게 뒤지진 않지만, 계약만 이뤄졌을 뿐 실제 백신을 공급받지 못해서다. 우리 방역의 뼈아픈 실책이다. 이 때문에 26일 시작되는 접종 속도만이라도 크게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78개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약 1억8,100만여 도스(1도스=1회 접종분)가 접종됐다. 78개국을 살펴보면 주요 선진국은 물론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미얀마, 몰타, 볼리비아에 아프리카 섬나라 세이셸 등 다수의 개발도상국도 이미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매일 평균 약 641만여 도스의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고 추정했다.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인 한국은 이 대열에 끼지 못했다. 백신 계약이 다른 나라들보다 늦어지면서 제품을 공급받는 순서도 뒤로 밀린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각국 정부의 공식 발표, 기자회견, 대국민 메시지, 인터뷰 등을 통해 공개한 코로나19 백신 계약과 접종 인구 관련 수치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한 정보를 ‘코로나19 트래커’ 웹사이트에 제공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가장 많이 확보한 나라는 ‘세계의 약국’이라 불리는 인도(22억 도스)다. 의약품 생산시설이 많은 만큼 백신 확보에 유리한 측면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연합(EU·14억8,500만 도스)과 미국(12억1,000만 도스)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8,400만 도스로 16위를 기록했다. 최근 2,000만 명분 계약이 성사된 노바백스 백신 등이 블룸버그 트래커에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실제 확보한 물량은 1억5,200만 도스로 뛰기 때문에 순위도 14위쯤으로 올라간다. 인도네시아(3억100만 도스), 중국(3억 도스), 일본(2억9,000만 도스), 브라질(2억4,600만 도스), 멕시코(2억1,100만 도스)보다 낮긴 하지만, 10위 언저리라 물량 확보 자체가 부족하다고 보긴 어렵다.


국가별 코로나19 백신 확보량. 자료: 블룸버그

국가별 코로나19 백신 확보량. 자료: 블룸버그


국가별 코로나19 백신 2회 접종한 인구 비율. 자료: 블룸버그

국가별 코로나19 백신 2회 접종한 인구 비율. 자료: 블룸버그


문제는 접종을 아직도 시작조차 못했다는 데 있다. 1억 회분이 넘는 백신 모두 계약 문서상으로만 존재하는 셈이다. 지난달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충분히, 빨리 도입되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우리가 뒤늦게 다급히 물량을 확보하는 사이 이스라엘은 이미 인구의 29.7%가 코로나19 백신을 2번 맞았다. 1회 접종한 인구는 45%로 벌써 절반에 가깝다. 세이셸은 14.8%, 미국은 4.7%가 2회 접종을 완료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루마니아 등 유럽 국가들도 2% 넘는 인구가 두 번 접종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늦게라도 인구의 1.5배에 달하는 백신을 확보한 만큼 이젠 접종 속도를 내는 데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블룸버그는 현재 속도라면 세계 인구의 75%가 두 번 백신을 맞는 데 4.9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이달 초 예측치인 7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더디다. 톰 프리든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앞으로 백신 접종은 시간이 생명”이라고 촉구한 바 있다.

임소형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